코로나19 당시 빚을 낸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의 장기 연체 채무 6조~7조원에 대한 채무조정이 추진된다. 소상공인 업계는 "재기의 기회가 될 것"이라며 환영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30일 논평을 내고 "소상공인의 짐을 덜어주기 위해 선제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한 것은 현장의 목소리를 깊이 반영한 시의적절한 조치"라고 밝혔다.
소공연은 코로나19 당시 소상공인들이 정부의 방역 조치로 영업 제한을 받으면서 매출이 급감했고, 부족한 손실보상으로 생존을 위해 대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이번 대책에 대해 "장기 연체 채무에 대한 적극적인 채무조정부터 신용회복과 경제활동 역량 회복까지 단계별 지원에 나선 것은 소상공인의 완전한 사회 복귀를 위한 실질적인 재기의 사다리를 놓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앞서 정부는 28일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본부 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금리 상승기 대비 취약차주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코로나19 기간인 2020~2023년 대출을 받은 개인사업자 가운데 3개월 이상 장기 연체한 차주의 채무를 조정할 계획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20~2023년 은행권과 정책금융기관이 개인사업자에게 실행한 대출은 358조7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아직 상환되지 않은 잔액은 154조7000억원으로 43.1%에 달한다.
3개월 이상 연체된 금액은 약 6조3000억원이다. 정부는 이를 포함해 약 6조~7조원을 채무조정 대상으로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장기 연체채권을 매입해 소각하는 방식으로 채무를 조정한다. 7년 이상 장기 연체채권을 매입해 소각하고, 20년 이상 미상환 채권은 일괄 소각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연 7% 이상 고금리 대출을 연 4.5% 수준으로 낮춰주는 대환대출의 대상도 확대한다. 비금융정보를 활용해 소상공인의 미래 성장성을 평가하는 인공지능(AI) 기반 '소상공인 특화 신용평가 모형(SCB)'도 도입한다.
이번 대책에는 코로나19 당시 소상공인에게 정부의 역할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부채 부담이 가계와 자영업자에게 집중됐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앞서 4일 중소벤처기업부 업무보고에서 코로나19 당시 상황을 두고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에게 정부가 해야 할 일을 떠넘긴 측면이 있다"며 "일정 부분은 정부 차원에서 과감하게 역할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코로나 당시 다른 나라들은 정부가 지원해 정부가 책임을 부담했다"며 "이 때문에 국채 비율은 올라갔고 가계 부채 비율은 유지되거나 떨어졌는데, 우리는 국채 비율은 안 올라가고 가계 부채 비율은 확 높아졌다"고 했다.
정부는 장기 연체자만 지원할 경우 제기될 수 있는 형평성 문제를 고려해 성실상환자에 대한 금융 지원도 확대한다.
대출을 성실하게 상환해 온 중소기업·소상공인에게 우대금리와 대출한도 확대 등 금융 지원을 강화한다. 신용보증기금 보증료율 우대 폭도 기존 0.3%포인트에서 최대 0.4%포인트로 확대한다.
소공연은 이를 두고 "장기 연체자에 대한 지원뿐만 아니라 채무를 성실하게 상환해 온 소상공인에게 금리·보증료 우대와 대출한도 확대 등 금융 인센티브를 강화하기로 한 점도 고무적"이라고 했다.
이어 "채무조정 과정에서 제기될 수 있는 형평성 문제를 보완하고 성실상환자의 상대적 박탈감을 최소화해 정책의 균형과 수용성을 높일 수 있는 조치"라고 평가했다.
소공연은 다만 대책이 실제 금융기관 창구에서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책들이 금융기관 창구에서 지연되거나 까다로운 조건으로 인해 그림의 떡이 되지 않도록 정부와 금융권의 속도감 있는 집행과 세밀한 모니터링을 촉구한다"고 했다.
구체적인 채무조정 대상과 규모, 감면 수준 등은 올해 4분기 확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