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20여 명 규모의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를 운영하는 A사장은 최근 개발자 한 명을 내보냈다. 기업들의 IT 투자와 신규 프로젝트가 줄면서 매출이 감소했고, 인건비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당초 인력을 유지하며 신규 서비스 개발을 준비할 계획이었지만, 투자 여력마저 줄어들면서 결국 인력 감축을 결정했다. A사장은 "경기가 살아나면 다시 사람을 뽑고 싶지만 지금은 기존 인력을 유지하는 것도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고용시장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겉으로 보면 영세기업의 취업자는 늘고 있지만, 조금만 규모가 커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직원 1~4명을 둔 기업의 고용은 증가하는 반면 5~299인 규모 기업의 취업자는 감소하고 있다. 중소기업 안에서도 고용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
중소기업은 법적으로 업종별 매출액 등 기준에 따라 구분되지만, 고용시장에서는 근로자 수를 기준으로 기업 규모를 나눠 고용 흐름을 살펴본다. 통상 300인 미만 기업을 중소기업으로, 300인 이상 기업을 대기업으로 구분해 비교한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의 'KOSI 중소기업 동향 8월호'에 따르면 2026년 7월 1~4인 규모 기업의 취업자는 1022만7000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21만명 늘었다. 반면 5~299인 기업의 취업자는 1546만6000명으로 16만6000명 감소했다.
최근 흐름을 보면 격차는 더 뚜렷하다. 1~4인 기업 취업자는 5월 1017만7000명에서 6월 1021만4000명, 7월 1022만7000명으로 계속 증가했다. 반면 5~299인 기업은 5월 1555만8000명에서 6월 1552만4000명, 7월 1546만6000명으로 석 달 연속 감소했다.
대기업에 속하는 300인 이상 기업의 7월 취업자는 344만4000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6만5000명 증가했다.
'아주 작은 기업'에는 사람이 늘었지만, 직원을 조금 더 많이 고용하는 기업에서는 사람이 빠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5~299인 기업이 단순히 '중간 규모 기업'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구간에는 사업이 어느 정도 자리 잡아 인력을 늘리고, 생산과 매출을 확대하며,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기업들이 포함된다. 때문에 이들 기업의 고용 감소는 경기 부진에 따른 단순한 채용 축소를 넘어 한국 경제의 성장사다리가 약해지는 신호로 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윤정 중소벤처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1~4인 기업의 고용 증가는 1인 창업가, 생계형·영세 사업체의 고용 확대가 반영된 측면이 있지만, 5~299인 기업의 고용 감소는 성장 단계에 있는 기업들이 사람을 늘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이 구간의 기업들이 인력과 투자를 확대하지 못하면 중견기업과 대기업으로 이어지는 성장 경로 자체가 약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기업 성장 단계별 지원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하반기 정책 방향으로 '중소벤처기업 성장사다리 구축'을 제시하고, 창업부터 성장까지 기업 단계별로 필요한 지원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제 중소기업 지원정책의 초점도 '몇 개 기업을 지원했느냐'에서 '지원받은 기업이 얼마나 성장했느냐'로 옮겨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 원장은 "창업 기업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직원 10명, 30명, 100명으로 커지는 과정에서 고용을 유지하고 투자를 확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특히 5~299인 기업의 고용 감소가 장기화되지 않도록 금융·인력·판로·투자 지원을 성장 단계에 맞춰 촘촘하게 연결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