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이용자들이 캐디(Caddie, 경기보조원)에게 지급하는 서비스 비용, 이른바 '캐디피'를 신용카드나 계좌이체, 간편결제 등으로 낼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캐디피를 현금으로 지급하는 게 관행처럼 이어져 왔는데, 공정거래위원회가 결제 수단 다양화를 위한 표준약관 개정 작업에 착수했다.
25일 국회와 골프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말까지 소비자 단체와 관계 기관들을 대상으로 의견 수렴을 마쳤다. 공정위가 이르면 9월 말 약관심사위원회에 '골프장 이용 표준약관' 개정안을 상정할 예정이다.
국내 연간 캐디피 시장 규모는 1조7800억원~2조원으로 추정됐다. 이는 한국골프장경영협회와 한국 골프소비자원 등을 통해 조사된 연간 골프장 내장객 수와 1회 라운드당 캐디피를 바탕으로 산출한 추산액이다.
캐디피는 코스 이용료와 카트 사용료, 식음료비 등 다른 이용 요금 지급 방식과 달리 현금 지급 방식이 관행처럼 굳어졌다.
하지만 골프가 대중화하면서 결제 방식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체육시설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과 소비자 단체인 한국소비자협회가 캐디피 결제 수단 선택권을 보장하는 내용의 표준약관 개정을 공정위에 요청했다.
소비자 10명 중 9명꼴로 제도 개선에 동의한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박기득 경북대 교수와 캐디전문연구소가 최근 1년 이내 캐디 동반 라운드 경험이 있는 성인 골퍼 102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4%가 현행 캐디피 결제 방식에 '개선이 매우 필요하다'라고 답했다. '개선해야 한다'는 응답 5.1%까지 합치면 99.1%가 개선 필요성을 지적했다. 최근 라운드에서 캐디피를 현금으로만 결제했다는 응답도 96.7%에 달했다.
◇캐디피 현금 관행, 소득 파악에도 한계
캐디피 결제 수단 다양화가 소득 신고 투명성을 높이는 데도 기여할 것이란 평가도 잇따른다. 그간 캐디 소득의 과세 사각지대 문제는 국정감사에서도 반복적으로 지적돼 왔다.
2023년 국정감사에서는 캐디 소득세 축소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2021년 귀속 종합소득세를 신고한 캐디가 3388명, 신고 수입금액이 230억200만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전국 골프장 캐디가 약 3만5000명으로 추산됐는데, 실제 활동 인원에 비해 신고 인원이 크게 적다고 국회는 지적했다.
2024년 국정감사에서는 캐디피의 현금 지급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현금영수증 발급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에 당시 국세청은 조세 형평성 차원에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국세청의 신고 안내가 강화되면서 캐디의 종합소득세 신고가 늘었다. 2024년 9월 초 기준 신고 건수는 3만2754건으로 전년보다 26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캐디업계 사정에 밝은 한 사업자는 "현금영수증 발급도 잘 하지 않아 여전히 빈틈이 있다"면서 "골프장이 캐디 소득을 미신고하거나 임금을 축소 신고해 준다는 인식도 만연해 있다"고 비판했다.
이런 상황에서 캐디피 결제수단이 카드·계좌이체 등으로 확대되면 거래 내역이 남는 만큼 캐디의 실제 수입금액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가 늘어나 과세 투명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업계에선 9월부터 시작되는 골프 성수기를 앞두고 결제 수단 다양화가 이뤄질지 주목하고 있다.
공정위의 표준약관 개정에 관한 의견 수렴 과정에서 캐디피 결제 수단 다양화 자체에 대한 사업자 측 반발은 크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세금 부담 증가를 우려하는 캐디들의 반발 가능성은 변수로 꼽힌다.
이번 표준약관 개정은 골프장 이용 관행을 바꾸는 제도 개선의 첫 단계로 평가된다.
박정훈 의원이 대표 발의한 체육시설법 개정안에는 카트·캐디 이용 선택권, 외부 음식물 반입, 예약 취소 위약금 등 골프장 이용과 관련한 제도 개선 내용이 담겼는데, 이는 별도의 개정 절차를 거쳐 추진될 예정이다.
박 의원은 "골프장 이용자의 선택권을 확대하고 불합리한 이용 관행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