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컬 인공지능(AI)의 훈련 무대가 현실에서 가상 공간으로 넓어지고 있다. 자율주행과 로봇, 제조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돌발 상황을 현실에서 반복하기 어려운 만큼, 실제 환경을 가상 공간에 재현해 '연습실'을 만드는 디지털 트윈 기술이 떠오르고 있다. 시장을 선점하려는 국내외 스타트업 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일러스트=Chat GPT

13일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츠에 따르면 글로벌 디지털 트윈 시장은 2025년 211억달러(약 29조5000억원)에서 2030년 1498억달러(약 209조7000억원)로 연평균 47.9% 성장할 전망이다. 제조와 자동차, 물류 등 산업 전반에서 디지털 트윈 활용이 확대되면서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도 사업 기회를 찾고 있다.

디지털 트윈은 도시와 공장 등을 고정밀 3차원 데이터로 가상 공간에 구현하는 기술이다. 차량이나 로봇을 위험에 노출하지 않고 악천후 등 다양한 상황을 반복 시험할 수 있다. 디지털 트윈의 완성도는 '현실을 얼마나 정확히 구현했느냐'에 달렸다. 카메라와 라이다(LiDAR), 위성항법장치(GPS) 등 센서가 수집한 정보를 어긋나지 않게 맞추는 '캘리브레이션'의 정확도가 신뢰성과 피지컬 AI의 성능을 좌우한다.

피지컬 AI의 학습 환경이 현실에서 가상 공간으로 확장되면서 현실 데이터 수집부터 가상 구현까지 연결하는 기업도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디지털 트윈 전문 기업 '모빌테크'가 실측 데이터 구축부터 캘리브레이션, 시뮬레이션까지 연결하는 데이터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대표 솔루션인 '레플리카 시티'는 라이다 기반의 고정밀 3차원 공간 데이터를 활용해 실제 도시와 산업 현장을 가상 공간으로 구현한다. 기술력을 인정받아 엔비디아와 현대차(005380) 등과 협업을 이어 나가고 있다. 최근 로봇 학습 분야로 적용 범위를 넓히는 중이다.

해외에서도 시장 선점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 패러렐 도메인은 센서 데이터로 디지털 트윈을 구축해 자율주행차와 로봇용 합성데이터를 제공한다. 구글과 콘티넨탈, 도요타리서치인스티튜트 등과 협업한 데 이어 미국 미시간대 자율주행 시험장 '엠시티'를 디지털 트윈으로 구현하며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스라엘의 코그나타도 실제 도시와 비포장 지형 등을 디지털 트윈으로 구현해 자율주행차의 학습·검증을 지원한다. 이스라엘 국방부와 군이 코그나타 시뮬레이션 플랫폼을 도입해 험지에서 운용할 자율주행 군용 차량의 알고리즘을 훈련·검증했다.

스타트업의 성장세와 경쟁 우위도 '현실 구현 능력'에 달렸다. 캘리브레이션 오차나 센서 데이터 왜곡이 누적되면 가상 환경에서 우수한 성능을 보인 AI가 현장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심투리얼 갭(Sim-to-Real Gap)'이 발생할 수 있다. 고정밀 공간 데이터를 수집·갱신하는 데도 상당한 비용이 든다. 여기에 엔비디아와 지멘스 등 글로벌 대기업이 시뮬레이션 생태계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도 넘어야 할 숙제다.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트윈은 자율주행과 휴머노이드를 넘어 제조, 물류, 스마트시티, 국방 등 다양한 산업에서 피지컬 AI의 성능과 안전성을 좌우하는 핵심 기반 기술로 자리 잡을 것"이라며 "글로벌 대기업이 만든 표준에 스타트업들이 얼마나 빠르게 올라타 파트너십을 넓히느냐도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