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전 기업 쿠쿠가 미국에서 '정수기 인증 허위' 기재를 둘러싸고 벌이는 집단소송이 재개될 전망이다. 법원은 소송을 제기한 소비자들의 소장의 법적 요건이 충분하지 않다는 쿠쿠 측 주장을 인정하고 소장을 보완할 기회를 부여했다. 이후 소비자들이 수정된 소장을 제출했고, 법원이 이를 요건을 충족한다고 판단하면서 후속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쿠쿠 로고./쿠쿠 제공

12일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고등법원은 최근 쿠쿠 렌탈 아메리카와 쿠쿠 일렉트로닉스 아메리카가 "소비자들(원고)이 제출한 1차 수정 소장은 법적 요건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기각했다. 쿠쿠는 부실한 소장의 내용을 지적하며 소송을 끝내달라고 요청했으나 법원은 소송을 이어갈 요건을 갖췄다고 봤다.

이 사건은 지난해 처음 불거졌다. 쿠쿠홀딩스(192400)는 미국 법인인 쿠쿠 일렉트로닉스 아메리카를 통해 현지에서 가전을 판매하고 있다. 쿠쿠홈시스(284740)의 미국 법인 쿠쿠 렌탈 아메리카는 정수기, 공기청정기 등을 대여·판매 중이다. 현지 소비자들은 지난해 "쿠쿠가 관련 인증과 등록을 마치지 않은 정수기를 필요한 요건을 갖춘 제품인 것처럼 표시해 판매·대여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현지 규정상 '건강 관련 오염 물질' 감소 기능이 있는 정수기를 판매하려면 미국수질협회(WQA) 등 공인 기관의 인증을 받아야 한다. 소비자들은 당시 쿠쿠 제품이 미국수질협회나 캘리포니아 수자원관리위원회 인증 제품 목록에 포함돼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쿠쿠 측은 "일부 보완해서 소명하면 해결될 사안으로, 현지 사업을 위해 필요한 등록과 인증은 모두 이뤄진 상태"라며 "제품 문제와 관련된 소송은 아니다"는 입장이다.

소송이 제기되자 쿠쿠는 "소송이 법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지난 1월 법원은 쿠쿠의 주장을 받아들이면서도 사건을 종결하지 않고 소비자들에게 소장을 고쳐서 다시 제출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소비자들은 주장과 법적 근거를 보완해 1차 수정 소장을 제출했다. 쿠쿠는 재차 "보완된 소장 역시 법적으로 청구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끝내 달라고 요청했으나 법원은 수정된 소장이 소송을 진행할 최소한의 법적 요건을 갖췄다고 봤다. 법원이 쿠쿠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소송은 후속 절차를 밟게 될 전망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단순히 '쿠쿠가 소비자를 속였다'는 식의 추상적인 주장만으로는 청구가 성립하기 어렵다"며 "제품과 인증 표시, 구매·대여 경위, 허위라고 보는 근거, 소비자가 입은 손해 등을 구체적으로 기재했다면 소송을 계속할 수준의 요건을 갖춘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집단소송에 직면한 쿠쿠는 미국 사업도 지지부진하다. 쿠쿠 렌탈 아메리카는 올해 1분기 기준 부채는 약 757억원, 자산은 672억원으로 자본 잠식 상태다. 매출은 82억원가량에 그쳤고, 순손익에 환율과 자산가치 변동 등을 반영한 총포괄손실은 1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매출 337억원을 올렸지만 총포괄손실은 54억원으로 집계됐다.

쿠쿠 일렉트로닉스 아메리카는 자본잠식 상태는 아니지만 적자 부담이 만만치 않다. 올해 1분기 매출 109억원을 기록했으나 60억원의 총포괄손실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