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전지 설비 업체 갑진이 공개 경쟁 입찰을 통해 투자자 확보에 나섰다. 최근 이차전지 업황이 바닥을 통과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시장에서는 갑진의 인수·합병(M&A) 추진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일러스트=Chat GPT

10일 중견기업계 등에 따르면 갑진의 매각 주간사인 삼일회계법인은 이달 24일까지 잠재 투자자들로부터 인수의향서(LOI)를 제출받을 예정이다. 거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등 외부 자본 유치를 통해 신규 자금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1997년 설립된 갑진은 전력전자와 충·방전기 분야에서 축적한 소프트웨어 기술을 기반으로 스마트그리드 관련 핵심 장비를 개발·생산하는 기업이다. 자체 원천 기술과 연구·개발(R&D) 역량을 보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고객 요구에 맞춘 제품 개발부터 양산, 사후 관리(A/S), 시공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공급 체계를 구축했다.

수년 전만 하더라도 이차전지 업계에서 주목받았다. 2014년 중국 전기차 BYD에 충·방전기 수출 계약을 맺는 등 관련 분야 강소기업으로 꼽혔다. 삼성SDI(006400) 협력사로 거래하며 사세를 확장했고, SK온에도 충·방전기를 공급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2022년 약 462억원이던 매출은 2023년 802억원으로 올랐고, 2024년에는 1100억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금양(001570)에서 받지 못한 거래 대금이 대규모 손실로 처리되면서 위기를 맞았다. 금양은 사업 확장을 위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던 가운데 이차전지 업황까지 악화하면서 경영난이 심화됐다. 외부 회계법인은 회사의 계속 기업 존속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며 감사의견으로 '의견 거절'을 제시했다.

결국 한국거래소로부터 상장 폐지 결정을 받았고, 금양은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갑진은 이 여파로 지난해 매출이 82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영업손실도 44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287억원)보다 적자 폭이 커졌다.

최근 시장 분위기는 갑진 경영 정상화에 우호적인 환경으로 바뀌고 있다. 실제 SK온은 올해 2분기 821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갑진의 핵심 거래처였던 삼성SDI도 7분기 만에 흑자 기조로 돌아서자 일각에서는 업황이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업황 변화가 갑진의 투자 유치로 이어질지가 관건이다. 갑진은 삼성SDI와 SK온 등 국내 주요 배터리 업체에 충·방전 설비를 공급하며 시장 입지를 다져온 만큼, 신규 투자자 확보에 성공하면 실적 반등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전기차 수요 회복 속도와 배터리 업계의 설비 투자 재개 여부, 유동부채가 유동자산보다 약 261억원 많은 데 따른 재무 부담은 투자 유치의 변수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갑진은 최근에도 자재 구매를 하고 대금을 지급하는 등 생산·영업을 이어가고 있다"며 "향후 투자자 선정 과정에서는 기존 거래처 유지 여부와 수주 회복 가능성 등이 주요하게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