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바이오 소재 및 부품을 생산하는 한국 기업들의 글로벌 진출을 이끌었던 것처럼 이제 국내 초경량 태양광 모듈 시장을 개척하겠습니다."

오중엽 플랜텍 대표는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본사에서 가진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기존 태양광 설비 적용이 어려웠던 건물 지붕 위 공간에 초경량 태양광 모듈을 설치해 국내 에너지 전환 속도를 높이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플랜텍은 일반 대중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국내 제조기업의 해외 생산기지 구축을 담당하는 프로젝트 통합관리(PMC) 분야에서는 잘 알려진 기업이다. 최근에는 국내 최초로 기존 태양광 모듈보다 무게를 3분의 1 수준(㎡당 약 3㎏)으로 줄인 초경량 태양광 모듈의 KS C 8561 인증을 획득하며 시장 공략에 나섰다.

오 대표는 삼성E&A(옛 삼성엔지니어링) 엔지니어 출신으로, 국내 반도체·배터리·바이오 기업의 대형 해외 공장 건설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글로벌 제조시설 설계·시공 역량을 쌓았다. 이후 삼성E&A에서 재생에너지 태스크포스(TF)장과 마케팅그룹장을 역임하며 기술과 사업 개발 역량을 넓혔다.

오중엽 플랜텍 대표가 지난달 28일 조선비즈 인터뷰에서 자사 초경량 태양광 모듈을 들어 보이며 경쟁력을 설명하고 있다. /박용선 기자

오 대표는 2019년 플랜텍 유럽법인을 설립하며 한국 기업의 해외 공장 건설을 총괄 관리하는 PMC 시장에 진출했다. 당시 유럽과 미국 등으로 생산 거점을 확대하는 국내 제조기업은 빠르게 늘었지만, 해외 공장 건설 과정 전반을 관리할 전문 역량과 현지 네트워크를 갖춘 기업은 부족했다. 특히 해외 진출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중견기업들은 부지 선정부터 인허가, 설계, 시공 관리 등 공장 구축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플랜텍은 이러한 시장 수요를 바탕으로 공장 설계와 인허가부터 공정 관리, 일정 조율, 인력 운영까지 프로젝트 전 과정을 관리하는 PMC 서비스를 제공하며 시장을 개척했다. 이후 2023년 미국 법인을 설립하며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오 대표는 "한국 기업이 해외에 공장을 짓는 것은 단순히 건물 하나를 세우는 일이 아니라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과정"이라며 "완성품 업체가 해외에 진출하면 협력사들이 함께 따라가 현지 클러스터를 형성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기획하고 관리하는 것이 플랜텍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플랜텍은 롯데알루미늄의 헝가리·미국 공장, 일진머티리얼즈의 헝가리 공장, CJ제일제당의 헝가리·폴란드 공장, 삼양바이오팜의 헝가리 공장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특히 삼성과 SK 등 국내 배터리 기업의 해외 생산 거점 확대 과정에서 협력업체들의 안정적인 현지 진출을 지원하며 'K배터리 해외 확장의 숨은 조력자' 역할을 해왔다.

오 대표는 지난해 플랜텍 한국법인을 설립하며 초경량 태양광 모듈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해외 공장 구축 사업을 진행하며 제조 현장의 공간 활용과 에너지 문제를 직접 경험한 그는 공장과 물류센터 등 산업 현장의 유휴 지붕을 활용하는 태양광 사업에 주목했다.

오 대표는 한국의 지리적 특성상 대규모 토지형 태양광 확대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국토 면적이 좁고 산지가 많은 환경에서는 새로운 태양광 보급 방식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이에 따라 전국 곳곳에 위치한 공장과 물류센터, 창고 등 건축물 지붕을 활용하는 방식이 재생에너지 확대의 현실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가장 큰 걸림돌은 무게였다. 기존 태양광 모듈은 구조물을 포함하면 ㎡당 약 40㎏에 달해 지붕 보강이 필요한 경우가 많았다. 특히 제조시설과 물류센터는 내부 공간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기둥과 내력벽을 최소화한 구조가 많아 일반 태양광 모듈을 적용하기 어려웠다.

그래픽=정서희

오 대표는 해결책을 찾기 위해 직접 세계 각국의 기술과 제품을 찾아 나섰다. 그는 "해외 사업을 오래 하면서 전 세계 제조기업과 다양한 기술을 접할 기회가 많았다"며 "좋은 제품을 찾기 위해 직접 현장을 다니며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 과정에서 찾은 파트너가 중국 화학기업 폴리샤인(Poly Shine)이다. 이 회사는 특수 폴리머와 난연 화학기술을 적용해 기존 제품보다 무게를 크게 줄이고 내구성을 높인 초경량 태양광 모듈을 개발했다. 해당 제품은 충격과 오염, 자외선, 비바람 등에 강하며 곡면이나 비정형 구조물에도 적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플랜텍은 지난해 폴리샤인과 독점 협력 계약을 체결했고, 지난 6월 국내 최초로 초경량 태양광 모듈 분야 KS C 8561 인증을 획득했다. 국제 IEC 61215·61730과 유럽 CE 인증도 확보했다. 독일 헬리아텍과는 공동기술개발협약(JDA)을 체결하고 차세대 제품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초경량 모듈의 가장 큰 경쟁력은 기존 태양광 설치가 어려웠던 공간까지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구조물을 사용하지 않아 ㎡당 약 3㎏ 수준의 무게를 구현해 노후 공장과 물류센터 지붕 등 기존 방식으로는 적용이 어려웠던 공간에도 설치할 수 있다. 시공 기간도 기존 모듈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어 경제성 측면에서도 경쟁력을 갖췄다는 설명이다.

플랜텍은 현재 필리핀 현지 공연장과 일반 건물 등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고, 인도네시아 수출도 추진하고 있다. 물론 주요 시장은 국내다.

오 대표는 "기존 태양광 시장과 경쟁하려는 것이 아니다"라며 "기존 모듈을 설치할 수 없었던 공간을 새로운 발전 자산으로 전환하는 시장을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 초경량 태양광 시장을 열겠다"며 "경제성과 기술력을 모두 갖춘 만큼 전국 제조시설과 물류센터의 유휴 지붕을 새로운 전력 생산 공간으로 바꿔 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