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 발전과 전기차, 반도체 산업 성장으로 핵심광물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미·중 갈등 속에서 중국이 희토류 등 핵심 자원을 무기화하는 상황까지 겹치며, 폐전자제품과 사용 후 배터리에서 금속을 회수하는 '도시광산(Urban Mining)'이 국가 전략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도시광산은 폐전자제품과 산업폐기물, 사용 후 배터리 등 도시에서 발생하는 폐자원에서 구리·납·리튬 등을 회수해 다시 원료로 활용하는 산업이다. 천연 광산 개발보다 원료 확보가 상대적으로 용이하고, 폐기물을 줄이는 동시에 자원 공급망 안정까지 도모할 수 있어 순환경제의 핵심 축으로 평가받는다. 핵심광물의 95%를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으로서는 국내에서 전략 광물을 확보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기도 하다.

시장 성장세도 가파르다. 업계에 따르면 도시광산의 원료가 되는 전자폐기물 시장은 지난해 약 523억달러(약 75조원)에서 2034년 약 931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폐전자제품과 사용 후 배터리에서 금속을 회수하는 '도시광산(Urban Mining)' 공장. /제미나이

정부도 재자원화를 핵심광물 공급망의 한 축으로 육성하고 있다. 올해 '핵심광물 재자원화 산업 특수분류'를 신설해 관련 산업을 독립 산업군으로 체계화했고, 2030년까지 10대 전략 핵심광물 수요의 20%를 재자원화로 충당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최근에는 SK텔레콤(017670) 등 국내 통신 3사와 함께 폐통신장비에서 핵심광물을 회수하는 순환체계 구축에 나섰다.

기업들은 정부보다 한발 앞서 도시광산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선두에는 비철금속 기업들이 있다. LS그룹 계열 LS MnM은 2008년 귀금속 리사이클링 기업 토리컴을 인수한 데 이어 2011년 충북 단양에 리사이클링 생산시설을 구축하며 폐스크랩 기반 금속 회수 체계를 마련했다.

고려아연(010130)은 2012년부터 전자스크랩 처리공장을 운영하며 폐전자제품에서 유가금속을 회수해 왔다. 지난 3월에는 미국 빅테크 기업과 협력해 데이터센터 폐기물에서 희토류를 추출하는 도시광산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도시광산 산업의 저변은 중소·중견기업들이 뒷받침하고 있다. DS단석(017860)은 2011년 전북 군산에 재생연 공장을 구축해 폐납축전지 기반 자원순환 사업을 본격화했다. 최근에는 금속 공정 부산물에서 납·은·금 등을 회수하는 유가금속회수 사업으로 영역을 넓혔고, 지난 3월에는 귀금속합금연 생산도 시작했다.

성일하이텍(365340)은 폐리튬이온배터리와 배터리 스크랩의 전처리부터 습식제련까지 전 공정을 구축해 회수한 금속을 배터리 소재 기업에 공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도시광산 생태계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규제 개선과 중소·중견기업 지원을 통해 산업 기반을 강화하고 도시광산 공급망을 고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도시광산이 국가 핵심광물 공급망의 한 축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기술 개발과 설비 투자뿐 아니라 안정적인 원료 확보를 위한 공급망 정책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며 "국내 핵심광물 공급망을 강화해 해외 의존도를 낮추고 자립률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