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AI 패권을 놓고 맞붙는 사이, 한국과 일본이 제조 경쟁력을 결합해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양국이 손잡고 '피지컬 AI' 생태계를 구축하면 미·중 중심의 AI 질서 속에서 한국과 일본이 새로운 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구상이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지낸 박영선 재정경제부 전략경제자문단 위원장과 일본 집권 자민당에서 AI·웹3 정책을 총괄하는 타이라 마사아키(平将明) 중의원은 지난달 21일 서울 중구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에서 진행한 조선비즈 인터뷰에서 제조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한·일 AI 경제 공동 플랫폼' 구축 필요성을 제언했다. 양국이 제조 데이터와 기술 표준, 공급망 협력을 확대해 피지컬 AI 시대를 함께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인터뷰는 박 위원장과 타이라 의원의 대담 형식으로 진행했다. 4선 의원 출신인 박 위원장은 지난 4월 출범한 재정경제부 전략경제자문단을 이끌고 있고, 서강대 서강멘토링센터 '생각의 창' 공동센터장도 맡고 있다.
타이라 의원은 일본 디지털 대신(장관) 출신으로 현재 자민당 디지털사회추진본부 본부장 대행과 본부 산하 AI·웹3 소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박 위원장은 "AI 시대에는 반도체처럼 국가 간 협력이 경쟁력이 된다"며 "한국과 일본이 제조 역량을 연결하면 새로운 성장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타이라 의원은 "피지컬 AI는 현실 세계에서 활용되는 기술인 만큼 신뢰를 기반으로 한 협력이 중요하다"며 "반도체를 비롯한 제조 분야뿐 아니라 데이터 분야에서도 협력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AI 시대 한국과 일본의 전략은.
박영선 재정경제부 전략경제자문단 위원장(이하 박영선) "한국은 AI 3대 강국을 목표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독파모)'을 개발하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메모리 반도체와 제조 역량을 바탕으로 AI 생태계를 설계하는 국가로 도약해야 한다. AI 시대에는 컴퓨팅 인프라와 데이터, 전력, 반도체, 그리고 이를 연결하는 소프트웨어 생태계가 국가 경쟁력을 결정한다. 특히 피지컬 AI가 제조와 서비스 산업의 새로운 성장축이 될 것으로 보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타이라 마사아키 의원(이하 타이라 마사아키) "일본은 미국과 중국처럼 초거대언어모델(LLM) 경쟁에 정면으로 뛰어들기보다 글로벌 AI 모델을 일본 환경에 맞게 활용하는 '스위칭 AI'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피지컬 AI도 정부와 민간이 함께 투자하며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피지컬 AI 분야 한일 협력 가능성은.
박영선 "중국은 이미 피지컬 AI를 국가 전략으로 추진하고 있다. 중국의 제조 경쟁력에 대응하려면 한국과 일본이 센서, 액추에이터 등 각자의 제조 경쟁력을 연결해야 한다. 반도체처럼 AI도 팀플레이가 필요한 시대다. 공급망과 데이터, 표준을 함께 구축하는 '한일 AI 경제 공동 플랫폼'도 고민해야 한다. 피지컬 AI는 제조업 생산성을 좌우할 핵심 경쟁력이다. 핵심 제조 데이터는 공유하기 어렵지만, 기본 제조 데이터의 글로벌 표준을 함께 만든다면 한일 모두 윈윈할 수 있다."
타이라 마사아키 "어떤 국가와 협력할지는 경제안보 관점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2023년 히로시마 G7 정상회의에서도 확인했듯 피지컬 AI는 현실 세계에서 활용되는 기술인 만큼 신뢰를 기반으로 한 협력이 중요하다. 한국을 비롯한 중견국과의 연계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반도체 등 제조 분야 협력은 물론, 기업 경쟁력과 직접 연결되지 않는 데이터 분야에서도 협력 가능성이 있다."
―AI 에이전트 커머스와 스테이블코인이 주목받고 있다.
박영선 "AI 에이전트가 상품 비교부터 결제까지 수행하는 시대가 오면 결제 방식도 바뀐다. 일본은 엔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실증과 B2B 결제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한국도 관련 제도와 입법을 더 빠르게 준비해야 한다."
타이라 마사아키 "AI 에이전트와 블록체인은 궁합이 좋다. 예금과 증권 등 다양한 자산이 블록체인에서 움직이는 '온체인 금융'이 확대될 것이고, 이를 위해 스테이블코인이 매우 중요하다. 일본은 관련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민관이 함께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
―AI가 한일 양국의 고령화와 인구 감소 문제의 해법이 될 수 있을까.
박영선 "한국과 일본은 모두 노동인구 감소와 고령화라는 공통 과제를 안고 있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인력 부족은 피지컬 AI가 상당 부분 보완할 것이다. 의료 분야에서도 건강검진 데이터를 활용한 AI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타이라 마사아키 "일본도 의료 데이터를 국가 차원에서 적극 활용하고 있다. 돌봄 분야에서는 AI와 센서 기술을 활용해 한 명의 인력이 더 많은 고령자를 돌볼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AI는 고령화 사회의 중요한 해결책이 될 것이다."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에 AI는 새로운 성장 기회가 될 수 있다.
박영선 "AI 에이전트가 확산되면 전문 인력 부족과 자본의 한계를 상당 부분 극복할 수 있다. 적은 인원으로도 세계 시장에 도전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혁신은 대기업보다 스타트업에서 더 빠르게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한일 공동 AI 펀드를 만들고 민간은 물론 정부 차원의 교류도 활성화해야 한다."
타이라 마사아키 "좋은 제안이다.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에게도 전달하겠다. AI 시대에는 아이디어와 콘텐츠가 경쟁력이 된다.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에는 오히려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