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자 지식재산권(IP) 거래 플랫폼 오지큐(OGQ)의 투자계약 분쟁이 스타트업계의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일반적인 벤처투자가 아닌 특정 인수합병(M&A) 성사를 전제로 이뤄진 투자에서 계약상 '이해관계인'으로 참여한 창업자 신철호 대표의 직접 상환의무를 법원이 인정하면서다.
벤처투자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투자계약의 원칙을 확인한 사례로 평가한다. 반면 창업가 등을 중심으로 한 스타트업계에서는 회사의 사업상 위험이 창업자 개인에게까지 전가되고 있다며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OGQ는 신철호 대표가 2010년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누적 1000억원 이상을 투자받았고, 사용자 1700만명, 크리에이터 130만명, 약 5900만개의 IP를 보유한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매출은 152억원, 영업손실은 58억원을 기록했다.
이번 논란은 신 대표가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약 120억원의 개인 채무를 부담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알려졌다. 신 대표는 "매월 약 1억원씩 이자가 늘고 있다"며 "법인 OGQ에 투자돼 회사 계좌에 그대로 보관돼 있던 투자금 90억원에 이자가 더해진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투자자 측은 이를 대표자인 제 개인의 채무로 규정했고 법원의 판결도 같은 결론에 이르렀다"고 했다.
◇"M&A 무산 대비한 계약상 안전장치 필요"
사건은 202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OGQ는 국내 최대 이미지 플랫폼 게티이미지코리아 인수를 추진하며 브레이브뉴인베스트먼트와 비전크리에이터가 공동운용사(GP)로 참여한 신기술투자조합으로부터 약 90억원을 투자받았다. 이번 투자는 일반적인 성장자금 투자가 아니라 특정 M&A 성사를 전제로 집행된 목적성 투자였다.
투자계약에는 인수가 성사되지 않을 경우 '투자대상기업 또는 이해관계인'이 투자금을 상환한다는 조항이 포함됐다. 이후 인수 협상이 무산되자 투자조합은 계약상 이해관계인으로 참여한 신 대표 개인을 상대로 투자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계약 문언에 따라 OGQ와 신 대표 모두 투자금 상환의무를 부담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이 지난 4월 원심 판단을 확정하면서 신 대표는 원금 약 90억원과 연 12%의 지연손해금을 부담하게 됐다.
벤처투자업계는 이번 판결이 계약의 원칙을 재확인한 사례로 평가한다. 벤처투자는 원금을 보장하는 금융상품이 아니지만, 특정 M&A를 전제로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는 경우 거래가 무산될 가능성에 대비한 최소한의 회수 장치는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사건은 사업 실패에 따른 손실이 아니라 투자의 전제가 된 계약상 조건이 이행되지 않은 사안인 만큼 계약에서 정한 책임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설명이다.
한 벤처캐피털(VC) 대표는 "벤처투자는 계약에서 정한 조건이 충족되지 않을 경우 투자자를 보호할 최소한의 장치가 필요하다"며 "법원도 계약 문언에 따라 이해관계인의 직접적인 상환의무를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관계인 조항은 사실상 연대보증"
반면 창업가 등을 중심으로 한 스타트업계는 이번 판결이 창업자 개인에게 과도한 책임을 지울 수 있다고 우려한다. 최근 벤처투자법 개정으로 창업·벤처 분야에서 연대보증 제한을 강화했지만, 투자계약의 이해관계인 조항이 사실상 연대보증을 우회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신 대표 역시 이번 사건이 이러한 계약 구조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계약 어디에도 대표자 개인의 연대보증이라는 표현은 없었다"면서도 "이해관계인이라는 명목으로 제 개인이 계약 당사자에 포함됐고, 이 조항이 모든 일의 출발점이 됐다"고 했다. 이어 "회사 계좌에는 투자금이 그대로 남아 있었고 회사 차원의 반환 방안도 검토했지만 상법상 절차와 일부 주주의 반대로 실행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법조계에선 이해관계인 제도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창업자의 주식 처분 제한이나 의결권 행사, M&A 협조 의무 등을 규율하기 위해 창업자가 투자계약 당사자로 참여하는 것은 국내는 물론 미국 등 해외 벤처투자에서도 일반적인 구조라는 것이다. 쟁점은 이해관계인에게 어떤 의무까지 부과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특히 투자금 상환과 같은 금전채무까지 부담하도록 할 것인지는 별도로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안희철 DLG 대표변호사는 "이해관계인이 각 조항의 의무 주체에 포함되는지, 어떤 사유가 발생했을 때 개인의 지급의무가 발생하는지는 계약서에서 명확히 확인해야 한다"며 "이해관계인 조항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 벤처투자에서 사업상 위험과 계약상 책임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