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전지 기업 금양(001570)이 유동성 악화 속에서도 1조원이 넘는 투자 계획을 예정대로 추진할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지만 연결 기준 현금과 현금성 자산은 100억원 아래로 떨어졌다. 여기에 한국거래소로부터 상장폐지 결정을 받으면서 외부 자금 조달도 녹록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23일 중견기업계에 따르면 금양은 부산 기장군 장안읍에 이차전지 기장공장을 증설하고 있다. 건축·생산 설비 전체에 투자하는 비용은 공장 건축 6100억원, 설비 투자 5475억원 등 약 1조2000억원이 투입될 전망이다. 현재까지 금융권과 최대주주 차입, 자기주식 처분 등을 통해 투자 재원을 마련했다. 이 가운데 자기주식 처분으로 약 36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차전지' 수혜주로 꼽혔던 금양…유동성 압박
금양은 1978년 설립돼 발포제와 정밀화학 제품을 생산하다가 2020년대 들어 이차전지로 사업을 확장했다. 중국과 미국 등에도 법인을 설립했다. 2023년에는 부산 기장군에서 이차전지 생산 공장 기공식을 진행했고, 2023년 7월 26일에는 장중 주가가 19만4000원까지 오르며 시가총액이 10조원에 달했다. 하지만 최근 2년 연속 '의견 거절'을 받아 상장폐지가 결정됐다. 금양은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 상태다.
금양 최대주주는 류광지 회장이다. 증권사에서 재직하던 류 회장은 1998년 금양에 입사해 재무 관리 업무를 맡았고, 위기에 빠진 회사를 인수·재건하며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그는 지분 22.09%로 금양케미칼 홍콩, 금양 파키스탄 경공업, 금양USA 등 해외 법인에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친인척과 계열사, 임원 등을 포함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 26.55%에 이른다.
한때 이차전지 수혜주로 꼽혔지만 현재는 대규모 투자와 현금 유출이 맞물리며 유동성 부담이 커졌다. 연결 기준 금양의 현금·현금성 자산은 2024년 말 200억원에서 올해 3월 92억원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이자를 부담하는 금융성 부채는 3148억원에서 3178억원으로 소폭 증가했다. 부채 비율은 173%에 달한다. 보유 현금만으로는 1조원이 넘는 투자 계획을 감당하기 어려워졌다.
게다가 영업에서 현금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 연결 기준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2023년 149억원 순유입에서 지난해 432억원 순유출로 악화했다. 올해 1분기에도 29억원이 빠져나갔다. 특히 2023·2024년 8365억원 규모의 설비투자를 집행했으나 지난해 140억원으로 급감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는 4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현금 창출력이 약화한 상황에서 신규 투자 집행 속도도 둔화했다.
금양 측은 "향후 투자자금 조달은 제3자배정 유상증자, 채권 발행과 금융권 차입 등을 통해 진행할 계획"이라는 입장이다. 발주와 투자에 대한 세부 내용, 예상 투자 회수 기간 등은 이차전지 산업 특성과 경쟁사 유추 등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상장폐지' 위기…현실성 있는 투자 유치 협상 있느냐가 관건
여러 외부 자금 조달 계획을 제시했지만, 상장폐지 기로에 놓여 있는 만큼 투자자와 금융기관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가 향후 변수로 꼽힌다. 금양은 유상증자를 통해 4050억원을 조달할 계획이었으나 6월 30일로 예정됐던 납입일을 9월 30일로 연기했다. 자금 조달 계획이 무산되진 않았지만, 투자 재원 확보 시점은 늦어졌다.
금양은 지난달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한국거래소를 상대로 낸 상장폐지 결정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심문에서 "복수의 투자사와 투자 유치 협의가 진전되고 있으며 회계 법인도 자금 조달이 되면 적정의견을 주겠다고 구두로 확약했다"고 주장했다. 한국거래소는 "금양이 재감사에서 적정 의견을 받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반박했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금이 유입돼야 재감사와 불확실성 해소를 기대할 수 있지만, 투자자는 상장 유지 가능성과 회계 신뢰성이 확인돼야 자금 집행에 나설 수 있는 구조"라며 "법원이 부여한 자료 제출 기한에 투자 유치 협상이 진전됐다는 점을 입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