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가전 기업 앳홈이 가전업체 쿠쿠전자와 음식물 처리기 디자인을 둘러싸고 벌인 등록 무효 소송에서 승소했다. 1심 격인 특허심판원은 제품 디자인이 다르다고 봤지만, 특허법원이 이를 뒤집었다. 제품의 전체적인 외관과 비례감이 유사성 판단의 핵심 요소로 작용했다.

쿠쿠 에코웨일(왼쪽), 앳홈 미닉스 더 플렌더. /양사 제공

21일 중견기업계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쿠쿠는 이번 특허법원 판단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앳홈 제조 전문 자회사인 앳홈플랜테크가 2023년 음식물 처리기 디자인을 등록한 데 이어 쿠쿠가 지난해 1월 유사한 디자인을 등록하면서 시작된 양측의 갈등은 대법원에서 최종 결론이 날 전망이다.

이 사건을 두고 특허심판원과 특허법원은 서로 다른 판단을 내놓았다. 디자인 유사성을 판단하는 기준 차이가 결과를 뒤바꿨다. 당초 특허심판원은 소비자의 시선이 가장 많이 머무는 음식물 처리기 윗면을 핵심 부분으로 봤다. 제품이 주방이나 거실 싱크대·테이블 등에 놓여 사용되는 점을 고려했다. 음식물 처리기 윗면의 표시 조작 패널과 뚜껑 연결부 유무, 필터 덮개 구멍 방향 등이 두 제품 인상을 가른다고 판단했다.

반면 특허법원은 디자인을 부분별로 나눠 비교하기보다 제품의 외관을 전체적으로 관찰해야 한다는 원칙에 무게를 뒀다.

모서리를 둥글게 처리하고 세로로 긴 직사각형인 '트랙형' 본체와 곡면 처리 방식, 제품 윗면의 폭·길이와 본체 높이 사이의 비례, 윗면을 뚜껑과 필터 덮개로 나눈 구조 등이 일반 소비자가 제품을 볼 때 인식하는 지배적인 특징이라고 판단했다. 표시 조작 패널과 필터 덮개 구멍 방향의 차이는 두 제품을 자세히 비교해야 확인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봤다.

업계에서 이미 알려진 제품 모양을 어디까지 보호할 것인지를 두고도 해석이 갈렸다. 특허심판원은 트랙형 본체와 원형 버튼, 후면 필터 덮개가 기존 음식물 처리기에서 흔히 쓰인 요소라는 점을 이유로 앳홈·쿠쿠의 음식물 처리기 디자인이 유사하더라도 중요도는 낮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특허법원은 트랙형 본체 모양이 제품의 전체적인 인상을 좌우하는 요소라고 봤다. 여기에 제품 모양이 기존에 공개됐더라도 제품의 전체 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한다면 유사성 판단에서 핵심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결론 냈다. 음식물 처리기는 사각형 등으로 대체할 수 있는 외형이 존재해 트랙형 본체를 기능상 불가피한 형태로 보기도 어렵다고도 했다.

쿠쿠는 올해 처음 출시한 음식물 처리기에 앳홈과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제품 형태 대신 직육면체 디자인을 적용했다. 쿠쿠는 과거에도 음식물 처리기를 선보일 때 직육면체 디자인을 활용했다. 쿠쿠 측은 주방과의 조화를 위해 큐브 형태로 제품을 출시했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건은 정수기·공기청정기 등 다른 생활가전의 디자인 유사성 분쟁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특허법원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세부적인 차이보다 제품 전체의 형태와 비례감이 유사성 판단의 기준이 될 것"이라며 "기존에 쓰인 디자인 요소를 담았더라도 제품 전체의 모습이 유사하느냐가 중요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