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한솔제지 본사./뉴스1

공정거래위원회가 인쇄용지 가격 담합에 가담한 제지업체들의 과징금을 감면하자 중소 제지업계가 반발하며 유감을 표명했다.

한국인쇄협동조합연합회와 전국 중소 인쇄업계는 20일 공동성명서를 내고 "반복적으로 이뤄진 인쇄용지 제지업계의 가격 담합 행위에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고 밝혔다.

한솔제지 등 6개 제지업체는 2021년 2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담합을 통해 인쇄용지 판매가격을 평균 71% 인상했다. 공정위는 이 업체들에 총 338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예정이었지만, 자진신고 감면 제도(리니언시)를 적용하면서 최종 과징금은 1441억원으로 줄었다.

한솔제지는 예정됐던 과징금 1425억원을 전액 면제받았고, 무림 계열사들도 517억원을 감면받았다. 전체 감면 규모는 1942억원이다.

연합회 등 중소 인쇄업계는 "리니언시 제도가 상습적인 담합 행위에 대한 책임을 덜어주는 수단으로 활용될 경우, 담합을 억제하기 위한 제도의 취지가 퇴색하고 공정한 시장 경쟁 질서도 훼손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상당수 중소 인쇄업체는 늘어난 원가를 납품 단가에 반영하지 못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됐고, 고용 불안과 설비 투자 축소 등 경영 부담이 커졌다"며 "담합의 피해가 인쇄업계와 출판업계를 넘어 최종 소비자에게까지 전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국 중소 인쇄업계는 정부와 국회, 공정위에 과징금 감면 결정의 법적 근거와 적용 기준, 심의 과정 등을 투명하게 공개해 달라고 요구했다. 정부에는 담합으로 피해를 본 영세 인쇄업체와 소상공인의 경영 정상화를 지원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피해 구제와 경쟁력 강화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상습·반복 담합 사건에 리니언시 적용 제한 등 제도 전반의 실효성을 재검토하고, 공정거래법 개정 논의에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장선 한국인쇄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공정한 시장 질서가 바로 서고 담합 피해가 회복될 때까지 법적·제도적 대응을 이어갈 것"이라며 "전국 2만여 인쇄 사업자와 6만8000여 종사자의 생존권을 위해 전국의 중소 인쇄업계와 끝까지 연대하고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