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주요국들이 투자와 융자를 제도적으로 명확히 구분하는 가운데, 융자 과정에서 발생하는 개인 책임은 과도하게 확대되지 않도록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창업 활성화와 기업가의 재도전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적 방향으로 주목된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은 14일 발표한 '해외 벤처금융의 책임 구조' 보고서를 통해 영국과 일본, 미국의 벤처금융 및 기업금융 책임 구조를 비교·분석하고 국가별 제도 운영 특징과 정책적 시사점을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투자와 융자는 단순한 자금 조달 방식의 차이를 넘어 손실 부담 주체와 책임 귀속 구조에서도 본질적인 차이를 가진다. 투자의 경우 투자자가 출자한 금액 한도 내에서만 손실을 부담하는 유한책임 원칙이 적용된다. 반면 융자는 차입자인 기업이 원리금을 상환해야 하며, 담보나 대표자 개인보증 등 추가적인 책임이 결합될 수 있는 구조다.

국가별로는 개인 책임을 관리하는 방식에서 차이가 나타났다. 영국은 정부 보증 대출 프로그램을 통해 개인보증의 적용 범위를 사전에 제한하고, 대표자의 주거용 주택을 담보로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개인 자산을 보호하는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일본은 '경영자 보증 가이드라인'과 '경영자 보증 개혁 프로그램'을 통해 금융기관의 보증 요구 기준을 체계화하고, 대표자의 개인보증 의존도를 단계적으로 낮추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일정 범위 내에서 개인보증을 활용하면서도 파산 및 기업 구조조정 제도를 통해 기업의 회생과 창업자의 재기를 지원하는 사후 조정 체계를 운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보고서는 이들 국가 모두 투자와 융자를 제도적으로 명확히 구분하고 있지만, 융자 과정에서 개인 책임을 관리하는 방식은 각국의 금융·법률 체계에 따라 차별화돼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은 개인 책임의 범위를 사전에 제한하는 방식, 일본은 개인보증 의존도를 단계적으로 완화하는 방식, 미국은 파산·구조조정을 통한 사후 조정 방식을 각각 채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투자 분야에서는 투자자의 책임 원칙이 보다 명확하게 확립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벤처투자협회(NVCA)와 영국 벤처투자협회(BVCA)의 표준 투자계약서는 투자자 권리와 지배구조, 수익 배분 방식 등을 규정하고 있고, 투자 손실은 원칙적으로 투자자가 부담하는 유한책임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한선영 중소벤처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영국, 일본, 미국 사례처럼 투자와 융자의 책임 구조를 명확히 구분하고, 개인 책임 역시 적정한 범위에서 관리하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창업 활성화와 혁신기업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