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 상장을 계기로 국가전략기술 투자에 적합한 정책펀드 구조와 운용사(GP) 평가 체계 개편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책펀드는 정부 재정과 민간 자금을 함께 출자해 벤처·전략 산업 등 정책 목적에 부합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를 말한다. 현재 국내 정책펀드의 GP 평가와 성과 관리가 내부 수익률(IRR)과 회수 실적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장기간이 필요한 기술 기업 육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13일 벤처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책펀드 상당수는 정부 재정이 출자되는 한국모태펀드를 중심으로 평균 8년의 존속 기간으로 조성되고 있다. 한국벤처투자는 모태펀드 GP 선정 시 운용사와 운용 인력의 역량, 투자·회수 실적, 조합 운용 계획 등을 평가한다. 모태 출자펀드 성과를 회수 금액과 IRR 등 주요 성과 지표로 관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재 평가 체계로 초기 적자가 불가피한 기술 기업에 대한 장기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스페이스X 상장이 이 같은 논의에 불을 지폈다.
스페이스X는 2002년 창업 후 상장까지 24년이 걸렸다. 2008년에는 반복된 발사 실패와 불확실한 사업성으로 회의적인 시각도 많았다. 하지만 장기간 회수를 기다린 민간 자본과 정부의 초기 지원을 바탕으로 상장에 성공했다. IRR 등 과거 투자 성과 중심의 평가만으로는 미래 성장 가능성이 중요한 기술 기업의 가치를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는 사례로 거론된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운용사는 다음 펀드 조성을 위해 기존 투자 성과를 보여줘야 하고, 심사역도 성과 평가와 보상 체계상 회수가 빠른 투자에 상대적으로 유인이 생기는 구조"라며 "국가 전략 기술처럼 장기간이 필요한 분야는 현재 평가 체계가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기존 회수 실적 중심 평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술 난이도와 산업 창출 가능성, 창업자 역량, 장기 성장성 등을 반영하는 별도 평가 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펀드 만기를 늘린 초장기 기술 펀드 도입과 함께 자금 공급을 넘어 기술 상용화 이전 단계의 위험을 함께 부담하는 정책 금융 설계 필요성도 제기된다. 미국 정부도 미국항공우주국(NASA·나사)을 통해 개발 단계 자금을 지원하고 초기 시장과 수요를 제공하며 민간 자본의 투자 부담을 덜어줬다.
최근 금융위원회도 국민성장펀드를 통해 장기 투자 유도를 위한 초장기기술투자펀드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펀드 투자 기간은 기존 5년에서 7년으로, 존속 기간은 10년에서 15년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담겼다. 투자 후 3년 이내 회수할 경우 주목적 투자 실적에서 제외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단기 회수보다 장기 기술 육성을 유도하려는 정책적 시도로 풀이된다.
김홍일 케이유니콘인베스트먼트 대표는 "미래를 위한 혁신은 기성세대가 아니라 호기심을 가진 사람이 만든다"며 "벤처캐피털(VC) 심사역이나 멘토가 혁신을 주도하는 것으로 평가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장기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3년 이상 투자를 강제하는 등 정책은 옳은 방향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