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기술 수준으로 사람이 해석할 수 있는 멀티오믹스(Multi-Omics·다중오믹스) 데이터는 낙관적으로 봐야 30%에 불과하다. 데이터 구조가 복잡한 데다 국내 전문 인력도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런 한계를 인공지능(AI)와 클라우드 자동화 기술로 돌파할 수 있다."
유전체, 전사체, 단백질체 등을 통합 분석하는 멀티오믹스는 신약 개발과 개인 맞춤형 정밀 의료의 핵심 축으로 꼽힌다. 하지만 데이터가 복잡해 통합 분석이 까다로운 한계가 있었는는데,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산업의 접근법이 달라지고 있다.
이남용 셀키에이아이 대표는 9일 조선비즈가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개최한 '2026 SME AX(AI 전환) 리더스포럼'에서 '바이오 R&D 워크플로우, AI로 다시 설계하다'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2021년 설립된 셀키에이아이는 AI와 클라우드 오토메이션 기술을 융합해 AI 기반의 정밀 의료 플랫폼을 구축해 나가는 바이오 기술 기업이다. 인체 내 100만 개 이상의 단백질·당단백질을 효율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알고리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미국, 일본, 영국, 중동, 독일 등 글로벌 연구소·대기업들과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공동 연구·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 대표는 현재 바이오 연구 현장의 가장 큰 문제로 데이터 파편화를 꼽았다.
연구기관들은 각각 다른 업체에 분석을 의뢰하고 이메일로 결과를 받아 개별 연구자의 PC에 저장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라는 것이다. 연구자가 퇴사하면 데이터 활용도 함께 끊기고 AI 학습에 활용할 수 있는 표준 데이터도 축적되지 않는 식이다.
이 회사는 이러한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AI와 클라우드 자동화를 결합한 멀티오믹스 플랫폼을 개발했다. 에이전트 AI 기반 바이오 R&D 플랫폼 '오믹스 팜(Omics Farm)'이다. 이는 연구자가 플랫폼에서 분석을 의뢰하면 파트너 연구기관과 연결해 데이터를 생산하고, 이를 표준화·자산화해 AI 학습에 활용하는 구조다.
이 대표는 "오믹스 팜은 멀티오믹스 데이터의 생성, 분석, 학습, 해석, 리포트 자동 생성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자동화 플랫폼"이라며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독점적인 '소버린 멀티오믹스 파운데이션 모델(Sovereign Multi-Omics Foundation Model)'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이 회사는 유전체와 전사체, 단백질 데이터를 통합 분석해 바이오마커와 신약 후보를 예측하는 딥러닝 모델도 개발 중이다. 논문과 특허를 자동 분석하는 바이오 특화 버티컬 AI 에이전트 '바이오EOS(BioEOS)'도 구축했다.
AI가 바이오의약품 CDMO(위탁개발생산) 공정 혁신을 이끌어내고 있다. 바이오 제조 분야는 전통적인 제조 방식에 머물러 있어 디지털 전환이 더딘 대표적인 '그린 필드(Green Field)'로 꼽힌다.
셀키에이아이는 유전자 삽입 위치를 무작위로 찾던 기존 세포 개발 방식에서 벗어나, AI 에이전트가 방대한 논문과 특허를 수집·분석해 최적의 '핫스팟(Hotspot)' 영역을 찾아내도록 했다.
또 불순물을 제거하는 정제 공정에서는 물리적 실험을 수십 번 반복하는 대신, 인공지능 기반의 '서로게이트 모델(Surrogate Model)'을 활용해 시뮬레이션 환경에서 최적의 실험 조건을 도출한다.
이 대표는 "이 같은 접근법을 통해 몇 달씩 걸리던 정제 공정을 몇 주로 단축시켰고, 비용 역시 70~80%까지 대폭 절감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동물 대체 실험용 세포 분석 공정에서의 혁신 사례도 공유됐다. 기존에는 연구자가 전자현미경을 보며 일일이 세포의 성장과 비율을 검증하느라 약 3주간의 병목현상이 발생했다.
세포 이미지를 판독하는 분야에서도 AI가 적용된다. 그는 "96개 세포 이미지를 연구자가 전자현미경으로 일일이 확인하는 데 약 3주가 걸렸지만 AI 에이전트가 이미지를 분석하고 정량화된 리포트까지 자동 생성하도록 했다"며 "3000% 이상의 업무 효율 향상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미래 바이오 혁신의 3대 축으로 '데이터(Data)', '자동화(Automation)', '피지컬 AI(Physical AI)'를 꼽았다.
그는 "로봇을 통한 자동화 실험이 고품질 데이터를 낳고, 이 데이터가 AI를 학습시켜 다음 실험을 효율적으로 재설계하는 '데이터가 데이터를 키우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글로벌 경쟁력을 선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AI 신약개발 기업인 인실리코메디슨(Insilico Medicine)의 자동화 연구시설이 사례로 소개됐다. 이 대표는 "가까운 미래에 한국에서도 이러한 피지컬 AI와 바이오의 결합이 현실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