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위해 디지털 전환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직원 개인에게 무작정 맡겨두는 인공지능(AI)은 효율이 떨어집니다. 조직 전반을 아우르는 경영 운영 체계를 리더가 직접 설계해야 AX(AI 전환)에 성공합니다."
화장품 풀서비스 기업 씨티케이(CTK)의 최선영 대표는 9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6 SME AX 리더스포럼'에서 AI 도입이 단일 부서의 실무 과제가 아닌 전사적 경영 구조의 재설계 과정임을 강조했다.
씨티케이는 자체 생산 공장을 두지 않는 '팹리스' 화장품 위탁개발생산(ODM) 기업이다. 2001년 설립돼 2017년 코스닥에 상장했다. 국내외 300여개 제조 및 포장재 협력사와 수평적 협업 관계를 맺고 제품 기획부터 디자인, 물류까지 일괄 제공하고 있다. 전체 매출 중 해외 비중이 90%(미국 70% 등)에 달하며, 3년 전부터는 국내 중소 브랜드 및 인플루언서 시장을 대상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최 대표는 2020년 직면했던 데이터 고립 문제를 디지털 전환의 계기로 꼽았다. 그는 "20년 넘게 제품을 개발하며 쌓은 자료들이 각 직원의 컴퓨터와 책상에 분산된 형태로 존재했다"며 "비효율을 해결해야만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수출 중심 기업 특성상 해외 고객사를 발굴하기 위해 막대한 출장비와 전시회 비용을 써야 했던 점도 한계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씨티케이는 2020년 코딩이 필요 없는 '노코드' 플랫폼을 활용해 '씨티케이클립'을 구축했다. 최 대표는 "그전까지 고객들은 제조사를 직접 찾아 제품에 대한 설명을 들어야 했다"며 "이제 고객들은 씨티케이클립에 접속해 원하는 제형, 용기, 원료를 직접 선택해 개발을 요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씨티케이클립에는 글로벌 6만여개 브랜드가 가입되어 있다. 등록된 제품 수는 3100개 이상이다.
고객 접점의 디지털화에는 성공했으나 내부적인 장벽은 여전했다. 고객의 문의를 실제 개발 과제로 전환하는 공정이 수동으로 이루어졌고, 정보가 이메일과 엑셀, 메신저 등에 분산돼 담당자 개인의 역량에 의존하는 구조가 지속됐다.
최 대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전사 공정을 통합하는 AI 기반 업무 관리 시스템 'PMS(Project Management System)'를 구축 중이라고 밝혔다.
최 대표는 "AI가 필요한 이유는 사람을 대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이 놓칠 수밖에 없는 흐름을 시스템이 함께 잡아주기 위해서다"라고 정의했다. 이어 "PMS가 구현되면 전사 업무를 한눈에 통제하는 상황실이 생기는 셈"이라며 "씨티케이 직원과 공장 협력사, 고객사까지 3개 주체가 더 이상 소통을 위해 이메일을 주고받지 않고, PMS 하나로 필요한 자료와 과제 진행 현황을 실시간 공유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씨티케이의 AX는 최 대표가 직접 주도하고 있다. 최 대표는 많은 기업이 AX에 실패하는 원인으로 '실무자 중심 태스크포스(TF) 구축'과 'IT 부서 일임'을 꼽았다. 그는 "많은 회사가 AX를 할 때 IT 부서를 먼저 불러서 '너희들이 개발해 봐라' 하고 전담팀을 만드는데, 막대한 비용을 쓰고 비효율을 낳으며 실패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며 "지도를 그리는 사람은 절대 한 부서의 실무자일 수 없다. 리더가 지도를 그려주고 하위 책임자들이 구조를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현재 PMS 구축에 배치된 씨티케이 내부 인력은 1명이다. 외부 AI 전문가와의 협업을 통해 시스템을 구글 환경에 연동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씨티케이는 오는 9월 PMS 구축을 완료한 후, 생성형 AI가 인플루언서의 성향과 팔로워 데이터를 분석해 브랜드 기획부터 디자인, 제품 개발까지 자동으로 수행하는 '자동 제조자 브랜드 개발생산(OBM)' 플랫폼 개발에도 착수할 계획이다.
최 대표는 "OBM이 가동되면 씨티케이는 또 한 번의 도약을 이뤄낼 것"이라며 "AX의 성공은 기술 도입이 아닌, 회사의 운영 구조와 일하는 방식을 누가 다시 정의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