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단순한 저가 생산 기지로 보는 시각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습니다. 인공지능(AI) 시대에는 생태계를 디자인하는 기업이 경쟁력을 갖게 됩니다."
김창현 중국유럽국제경영대학원(CEIBS) 교수는 9일 조선비즈가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개최한 '2026 SME AX 리더스포럼'에서 'AI와 함께 진화하는 중국: 현황과 한국의 대응 전략'을 주제로 기조 강연에 나서 이같이 말했다.
김 교수는 중국 기술을 다른 국가나 기업보다 못한 수준으로 규정하는 건 위험하다고 진단했다. 대표 사례로 중국 전기차 기업 BYD의 인산철(LFP) 배터리를 들었다. LFP 배터리는 초기에는 에너지 밀도가 낮다는 한계가 있었지만 차량 전체 기준에서 충분한 성능을 확보하면서 가격 경쟁력을 키웠다.
김 교수는 "용량, 수명 등 배터리 전체의 효율을 좌우하는 셀 단위 성능이 다소 낮더라도 자동차 전체 관점에서는 수용 가능한 수준이 되면서 시장 와해가 일어났다"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 기업들이 중국과 경쟁에서 가격 격차를 간과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성능은 비슷하지만 가격이 더 낮은 중국 제품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으며, 이를 원가나 인건비 문제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AI를 활용하는 방식에서도 한국과 중국의 차이가 있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한국은 기업 내부 공정 최적화와 자동화, 사후 분석 중심으로 AI를 활용하고 있지만 중국은 AI로 산업 전체의 가치사슬과 생태계를 재구성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AI를 기업 내부 효율화에만 활용하면 소 잡는 칼로 스테이크만 써는 것과 같다"며 "공장 안에 머물 것이 아니라 기업의 경계를 재구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중국 패스트패션 기업 쉬인을 예로 들었다. 쉬인은 AI를 활용해 소셜미디어(SNS)에서 소비자 취향과 디자인 변화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이를 생산 공장과 즉시 연결한다. 이후 소량 생산으로 시장 반응을 확인한 뒤 판매 데이터를 기반으로 생산량을 확대한다.
그는 "AI가 수요를 예측하고 공장과 자동으로 연결하면서 2~3일 안에 시장 변화에 대응하는 구조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AI 시대 경쟁력은 기술 자체보다 생태계 설계 능력에 있다고도 강조했다. 김 교수는 "AI 전환은 단순한 IT 도입이 아니라 가치사슬을 바라보는 프레임 자체의 변화이자 권력의 이동"이라며 "폐쇄적인 수직계열화에서 벗어나 개방형 생태계를 조직하고, 판매량이 적은 상품이나 틈새 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발굴하는 기업이 AI 시대의 승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