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성 브라이토닉스이미징 대표가 서울 성동구 브라이토닉스이미징 사무실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조선비즈

국산 뇌 전용 PET 장비 상용화에 성공한 브라이토닉스이미징이 정부 지원을 받아 차세대 전신용 디지털 PET(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CT 개발에 나선다.

뇌 전용 PET 장비와 AI 영상분석 소프트웨어 상용화에 성공한 데 이어 암과 심혈관질환, 신경질환 진단까지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다. 회사는 글로벌 의료영상 시장을 장악한 해외 기업들과 단순한 성능 경쟁에 나서기보다 인공지능(AI)과 차세대 영상 기술을 접목해 진단 성능과 가격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서울대병원 핵의학과 교수인 이재성 브라이토닉스이미징 대표는 "후발주자가 기존 시장을 단순히 따라가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새로운 기술과 의료 현장이 요구하는 가치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브라이토닉스이미징(Brightonix Imaging Inc.)은 서울대학교 기술지주회사 지원을 받아 2016년 설립된 의료 영상 전문 기업이다. PET 장비와 AI 기반 영상 분석 소프트웨어를 자체 개발하고 있으며, 뇌 전용 PET 장비 '파로스(PHAROS)'와 PET 영상 AI 분석 소프트웨어 'BTX브레인(BTX Brain)'을 상용화했다. 파로스 개발 과정에서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허가 경험도 축적했다.

브라이토닉스이미징이 개발한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장비 파로스. 자세에 따라 의자와 검출기 위치를 바꿀 수 있다./브라이토닉스이미징

회사는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산업통상자원부·보건복지부·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공동 추진하는 범부처 첨단의료기기 연구개발사업의 플래그십 과제 주관기관으로 선정됐다. 이에 따라 향후 7년간 정부 지원을 받아 차세대 전신용 디지털 PET·PET-CT 시스템을 개발하게 된다.

이 대표는 "이번 플래그십 과제 선정은 브라이토닉스이미징에 큰 영광인 동시에 무거운 책임"이라며 "국가 전략기술 육성을 위한 사업에서 그동안 축적해 온 PET 장비와 영상분석 기술의 가능성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한 기업의 성과를 넘어 국내 의료영상 기술 경쟁력을 높이고 환자들에게 보다 나은 진단 환경을 제공할 기회를 얻었다는 점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PET는 방사성의약품을 활용해 암과 치매, 파킨슨병, 심혈관질환 등을 진단하는 핵심 의료영상 장비다. 하지만 현재 세계 시장은 GE헬스케어, 지멘스헬시니어스, 필립스 등 소수의 글로벌 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최신 디지털 PET 장비는 뛰어난 성능을 제공하지만, 높은 가격으로 인해 의료기관의 도입 부담이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브라이토닉스이미징은 이번 과제를 통해 체렌코프 TOF(Time of Flight) 기술과 AI 기반 영상처리 기술을 결합한 차세대 PET 플랫폼을 개발할 계획이다. 체렌코프 TOF는 PET 영상의 시간 측정 정밀도를 높여 해상도를 개선하는 기술이다. 회사는 고가 프리미엄 장비 수준의 영상 성능을 구현하면서도 시스템 비용은 낮춰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이 대표는 "이번 과제의 목표는 높은 진단 성능과 가격 경쟁력을 동시에 갖춘 차세대 전신용 디지털 PET·PET-CT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라며 "체렌코프 TOF 기술과 AI 기반 영상처리 기술을 활용해 프리미엄 장비와 경쟁할 수 있는 성능을 확보하면서도 시스템 비용은 낮추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경쟁사와 비교한 강점으로는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함께 개발해 온 경험을 꼽았다.

이 대표는 "글로벌 시장에는 오랜 경험과 기술력을 갖춘 선도 기업들이 자리하고 있다"며 "브라이토닉스이미징은 이들과 같은 규모로 경쟁하기보다 새로운 기술과 임상적 요구에 더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연구개발 중심 기업의 강점을 살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함께 개발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의료 현장의 실제 요구를 반영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AI 역시 이번 개발의 핵심 축이다. 회사는 이미 PET 영상 정량 분석 소프트웨어인 BTX브레인을 개발해 국내 의료기관에 공급하고 있다.

이 대표는 "차세대 PET에서 AI는 선택 기술이 아니라 영상 품질 향상과 정량 분석 고도화, 데이터 처리와 분석 워크플로(업무 절차) 개선을 위한 핵심 요소가 되고 있다"며 "AI를 단순한 부가 기능이 아니라 의료기기 시스템 전반에 안전하게 통합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브라이토닉스이미징이 개발한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장비 '파로스'와 독일 지멘스사의 PET 장비의 뇌 스캔을 비교한 모습. 가운데가 파로스, 왼쪽이 지멘스 장비의 뇌 스캔 결과다./브라이토닉스이미징

그는 차세대 디지털 PET가 상용화되면 환자와 의료 현장에도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대표는 "질환을 보다 이른 단계에서 더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는 기반이 강화될 것"이라며 "디지털 PET 성능 향상과 함께 검사 효율성과 비용 구조가 개선되면 고성능 PET 검사의 접근성이 확대돼 환자들은 검사 기회를 넓히고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개발에는 서울대병원과 서강대, KAIST가 공동연구기관으로 참여한다. 서울대병원은 임상적 요구사항 도출과 시스템 성능 검증, AI 기술 개발에 참여하고, 서강대와 KAIST는 검출기 및 신호처리 기술 개발을 맡는다.

이 대표는 "PET 시스템은 검출기와 전자회로, 소프트웨어, 임상 검증이 모두 결합돼야 하는 복합 의료기기"라며 "특정 기관이 개별 기술을 전담하는 방식이 아니라 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복합적인 기술적 난제를 산·학·병이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는 유기적 협력 구조를 만들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사업화와 글로벌 진출 전략도 구체화하고 있다.

이 대표는 "파로스 개발 과정에서 미국 FDA 인허가를 경험한 만큼 이번 과제도 연구개발 단계부터 품질관리와 글로벌 규제 요구사항을 함께 고려해 추진할 계획"이라며 "우선 국내 시장에서 제품 가치를 입증한 뒤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시장 진출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해외 기업 및 의료기관과의 협력 기회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브라이토닉스이미징은 이번 과제를 계기로 PET 장비 기업을 넘어 분자 영상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이 대표는 "분자 영상 기술을 통해 환자 진단과 치료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기업으로 성장하고자 한다"며 "전신용 디지털 PET뿐 아니라 AI 기반 영상 분석, 정량 영상, 테라노스틱스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에서 개발된 기술이 세계 의료 현장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꾸준히 도전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