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넘게 '꿈의 소재'로 불렸던 탄소나노튜브(CNT)를 실제 산업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소재로 구현하는 기업이 있다. CNT는 탄소 원자가 나노미터 크기의 원통 형태로 결합한 신소재로, 강철보다 강하고 전기 전도성이 뛰어나 차세대 산업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김세훈 어썸레이 대표

김세훈 어썸레이 대표는 "CNT가 '꿈의 소재'로 머물렀던 이유는 분말에 머물렀던 태생적 한계 때문"이라며 "반도체와 방산, 모빌리티 등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핵심 소재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2018년 서울대학교 탄소나노재료설계연구실 연구진이 창업한 어썸레이는 CNT를 분말이 아닌 섬유와 멤브레인(얇은 막 형태 소재) 형태로 생산하는 기술을 가진 소재·부품·장비 스타트업이다. 현재 첨단 반도체 생산에 사용되는 극자외선(EUV) 공정용 보호막 소재와 전자기파 차단 소재, CNT 섬유·직물 등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김 대표는 연구실에서 CNT를 섬유 형태로 구현하는 기술을 개발하면서 사업화 가능성을 확인했다. 그는 "연구실에서 CNT를 섬유로 뽑는 기술을 직접 연구하면서 '이게 되는구나'를 확인한 순간, 이건 창업으로 이어가야겠다고 결심했다"며 "창업과 동시에 카카오벤처스, 서울대기술지주로부터 초기 투자를 받으면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어썸레이가 주목하는 시장은 차세대 반도체 공정에 사용되는 EUV 보호막(펠리클) 분야다. 김 대표는 향후 고성능 반도체 생산이 확대될수록 관련 소재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CNT 기반 멤브레인이 기존 소재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대안으로 부상하면서 시장 성장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전망했다.

김 대표는 "창업 이후 네 차례 투자 유치를 통해 누적 약 27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브릿지 라운드로 약 70~90억원을 추가 유치 중"이라며 "본격 매출은 하반기부터 발생할 예정이고, 2028년 기술특례 상장 전까지 연 매출 100억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성과도 가시화되고 있다. 어썸레이는 세계 최대 산업용 섬유 전시회 중 하나인 독일 프랑크푸르트 산업용 섬유 전시회에서 올해 혁신상을 수상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CNT 멤브레인이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요구하는 수준의 성능과 내구성에 도달하며 상용화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그는 "핵심 경쟁력은 CNT를 합성하는 동시에 섬유나 멤브레인 형태로 연속 뽑아내는 방식인데, 전 세계에서 CNT 섬유와 멤브레인 둘 다 생산할 수 있는 회사는 어썸레이가 유일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소재부터 생산 장비까지 자체 개발·내재화했고, 현재 지식재산권(IP) 113건을 출원했고, 등록은 63건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우여곡절도 있었다. 초기에는 CNT를 활용한 차세대 엑스레이 발생 장치와 공기 정화 기술 사업을 추진했지만 시장 형성 속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결국 지난해 소재 중심 기업으로 사업 구조를 전면 개편했다. 김 대표는 "오히려 사업 구조를 개편하는 결정이 지금의 방향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회고했다.

현재 어썸레이는 반도체를 시작으로 방산과 항공우주, 모빌리티 분야까지 CNT 소재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글로벌 생산 역량 확보와 전략적 파트너십 확대를 통해 CNT 산업 생태계를 선도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김 대표는 "CNT 소재의 산업화 원년이 눈앞에 다가왔다고 느낀다"며 "어썸레이의 CNT 소재가 반도체, 방산, 모빌리티 등 다양한 분야의 핵심 부품으로 자리잡는 모습을 기대해달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