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현 리벨리온 대표

챗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가 일상이 된 시대. 관련 서비스를 움직이는 반도체 시장에서도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는 최근 조선비즈와 서면 인터뷰에서 "대규모 AI 서비스를 더 적은 전력과 비용으로 운영할 수 있는 AI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2020년 설립된 리벨리온은 AI 추론에 특화된 NPU(신경망처리장치)를 개발하는 팹리스 스타트업이다. 팹리스는 반도체를 직접 생산하지 않고 설계에 집중하는 기업을 뜻한다. 리벨리온은 실제 서비스 환경에서 AI를 구동하는 추론 영역에 집중하고 있다. 전체 인력 중 70% 이상이 연구·개발(R&D)에 집중하고 있다. 빅테크 GPU 중심의 시장 구조를 넘어 국산 AI 인프라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박 대표는 카이스트와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전기전자·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이후 인텔, 스페이스엑스, 모건스탠리 등에서 경력을 쌓았다. 뉴욕에서 근무하던 시절 AI 반도체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한 뒤 공동 창업자들과 함께 귀국해 회사를 설립했다.

그는 "한국 반도체 생태계의 뛰어난 인력 풀을 활용하면 글로벌 무대에서도 충분히 싸워볼 수 있겠다는 확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AI 서비스가 확산할수록 추론 수요는 늘어날 수밖에 없고, AI 추론 반도체 시장은 10년 내에 지금보다 10배를 훌쩍 뛰어넘은 크기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학습은 올림픽 출전을 앞두고 몸을 만드는 과정처럼 단발성으로 끝나지만, 추론은 이미 완성된 모델을 일상에서 활용하는 청구서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리벨리온은 빠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3월 국민성장펀드 1호 직접 투자 기업으로 선정되며 6400억원 규모의 프리IPO 투자를 유치했다. 누적 투자금은 약 1조3000억원에 달하며 기업 가치는 3조4000억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320억원으로 2023년 대비 10배 이상 성장했다.

박 대표는 "최근 가장 큰 성과는 상용화 실적"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리벨리온의 AI 반도체는 SKT 에이닷의 통화 녹음 요약 서비스에 탑재돼 높은 완성도를 입증했다"며 "1050개 이상 동물 병원에서 쓰는 AI 반려동물 엑스레이 진단 서비스에도 성공적으로 적용돼 의료 현장의 효율을 극대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를 토대로 KB금융그룹과 협력을 추진하는 등 금융권으로도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리벨리온의 경쟁력은 전력 효율성에 있다. AI 학습과 범용 연산을 모두 처리하는 GPU와 달리 추론에 최적화된 구조를 적용해 성능 대비 전력 소모를 크게 줄였다. 개발자들이 기존 GPU 기반 환경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구축해 도입 장벽도 낮췄다.

그는 "반도체는 결과물이 나오기까지 수년이 걸리는 산업"이라며 "급변하는 AI 시장 속에서 방향성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과제였다"고 회상했다. 이어 "처음 금융 특화 AI 반도체 개발로 출발했지만 시장 변화를 감지하고 데이터센터용 AI 추론 반도체로 방향을 전환했다"고 말했다.

현재 리벨리온은 미국,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등에 법인을 설립하고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국가 단위 AI 인프라 구축 수요가 늘어나는 '소버린 AI' 시장을 핵심 기회로 보고 있다.

박 대표는 "각국 정부와 기업이 데이터 주권을 지키면서 AI를 도입하려 할 때, 리벨리온의 에너지 효율적인 AI반도체 솔루션이 현실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AI 반도체 기업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국내에서 증명해 낸 상용화 저력을 글로벌 무대에서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