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면서 월드컵 특수를 기대했던 광고 시장도 직격탄을 맞았다. 역대 최고 수준의 선수단을 갖고도 비교적 무난한 조로 평가되던 A조에서 성적을 거두지 못하자 대표팀 토너먼트 진출을 전제로 한 추가 광고와 연계 캠페인도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28일(현지 시각)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 치바스 바예 베르데 훈련장에 마련된 베이스캠프에서 월드컵 결산 기자회견을 마친 후 퇴장하고 있다./뉴스1

29일 광고업계에 따르면 대표팀의 조별리그 탈락으로 월드컵 연계 후속 광고 집행이 불투명해졌다. 기업들이 추가 광고 예산을 집행해야 광고 대행사도 매체 집행 수수료와 캠페인 기획·제작 대행 수익을 확보할 수 있지만, 대표팀 경기 일정이 끝나면서 물량이 증발했다. 대표팀의 토너먼트 진출 실패로 추가 광고와 프로모션 등을 이어갈 동력과 명분이 약해졌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경기는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으로 단기간 광고 효과를 노릴 수 있는 이벤트로 꼽힌다. 네이버 '치지직'에서는 조별리그 3경기 90분 전체 중계 누적 조회 수가 5000만회를 넘어섰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에 따르면 대표팀 첫 경기였던 체코전 광고는 약 60억원 규모로 완판됐다. 경기 중계 화면에 노출되는 34억원 규모의 가상 광고와 이번에 새로 도입된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 광고도 조기에 모두 판매되는 등 월드컵 광고 판매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광고 대행사들도 '월드컵 효과'를 사업 전략에 반영했다. 손흥민과 이강인, 이재성, 김민재 등 핵심 전력이 건재했고, 조별리그 통과 후 토너먼트에서 만날 상대도 전통적인 강호가 아닐 것으로 예상되면서 16강 이상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노션(214320)은 올해 사업 계획에서 "2026 북중미 월드컵과 인도·스리랑카 크리켓 월드컵 등 주요 스포츠 이벤트를 중심으로 차별화된 마케팅을 전방위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노션은 월드컵 개최 등에 힘입어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398억원으로 기록해 작년 동기 대비 33.3% 증가했다.

제일기획(030000) 역시 "2026년에는 올림픽과 월드컵 등 대형 글로벌 이벤트가 집중돼 시장 확대가 지속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3차전 대한민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기가 열린 25일 경기도 수원시 스타필드 수원 별마당도서관에서 시민들이 중계방송을 보며 응원하고 있다./연합뉴스

그러나 조별리그 탈락과 함께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에서 불거졌던 '공정성 논란'이 재점화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3차전에서 약체로 평가받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상대로 공격 기회조차 만들지 못한 무기력한 경기력이 대한축구협회의 행정 무능으로 이어지며 '팬심'을 자극했다. 대표팀과 국민적 응원 열기를 활용한 브랜드 노출 전략을 구사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광고 대행사들도 조별리그 탈락으로 매출 확대 기대가 한풀 꺾였다. 한 광고 업계 관계자는 "광고주가 100억원을 집행하면 대행사는 통상 10~15%를 수수료로 받고, 추가 캠페인이 생기면 제작비에도 일정 비율로 수익을 얻는다"고 말했다.

이어 "대표팀이 토너먼트에 진출했다면 경기마다 추가 캠페인 발주를 기대했겠지만,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면서 그 기회가 통째로 사라졌다"며 "성적과 별개로 감독과 축구협회에 대한 시선이 싸늘한 만큼 관련 광고 예산 집행도 위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홍명보 감독은 조별리그 탈락 이후 사퇴 의사를 밝혔다. 선수단은 현지 시각 정오부터 각자 귀국길에 오른다. 공항 귀국 행사도 진행하지 않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