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가 추진하는 '모두의 창업' 2기에서 일반트랙 보육기관에 평균 3억원의 프로그램 운영비가 지급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2기 일반트랙 프로그램 운영·멘토링 예산은 960억원으로, 1기(124억원)보다 7배 이상 증가하는 등 보육기관에 투입되는 예산이 확대됐다. 전문가들은 예산 구조가 '기관 중심 사업'으로 흐르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16일 서울 마포구 '스타트업·벤처 캠퍼스 서울'에서 열린 모두의 창업 1기 출범식이 진행되고 있다./홍인석

26일 조선비즈가 강승규 국민의힘 의원실로부터 확보한 '모두의 창업 2기 예산 세부 내역'에 따르면 모두의 창업 2기 예산은 약 2000억원으로 책정됐다. 1기(628억원)보다 3배 이상 증가했다. 이 가운데 2기 일반트랙 프로그램 운영비 예산은 820억원으로, 보육기관 250개는 각각 약 3억2800만원의 운영비를 받는다. 1기 일반트랙 프로그램 운영비는 67억6000만원이었으나 2기에서 12배가량 증가했다.

모두의 창업 2기는 선발 인원을 기존 5000명에서 1만명으로 확대하고 재도전 기능 강화, 운영 기관 확대 등으로 예산 규모도 늘었다. 1기에 지원했으나 선발되지 않은 5만7000명을 대상으로 아이디어 보완 피드백과 함께 재도전 멘토링도 지원한다. 다만 15일 개인정보 유출 사고 여파로 2기 출범이 잠정 연기된 상태다.

재도전 지원 등 프로그램을 운영해 창업가를 뒷받침한다는 설계지만, 2기 일반트랙은 프로그램 운영비와 멘토링 예산이 창업가(정책수혜자) 직접 지원 예산을 웃돈다. 프로그램 운영비 820억원과 멘토링 예산 140억원을 합하면 960억원으로, 창업활동 자금·사업화 자금 등으로 구성된 창업가 지원 예산(400억원)의 두 배를 넘는다. 1기에서는 창업가 지원 예산(166억원)이 프로그램 운영·멘토링 예산(124억원)을 상회했다.

창업 지원 업계에서 보육기관 운영비와 멘토링 예산이 대폭 늘어난 만큼 투자 유치나 사업화 등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 벤처캐피털도 정부 모태펀드가 기반이라 공공부문 의존도가 높은데 모두의 창업도 이렇게 설계됐다"며 "자칫 기관 매출을 늘리고 인건비를 보조하는 구조로 쓰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6일 서울 마포구 SVC 서울에서 열린 모두의 창업 1기 출범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뉴스1

예산 구조를 고려하면 창업자들이 체감하는 지원 효과는 멘토링의 질에 달려 있다는 시각도 있다. 멘토링과 아이디어 보완 피드백 등이 부실하면 창업가가 체감하는 지원 효과도 떨어지는 구조다. 실제 1기 합격자들 사이에서는 "멘토님들이 제 사업 계획서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른 상태로 오셨다", "질 좋은 내용의 멘토링은 어려워보인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최병철 한국벤처창업학회장은 "멘토링 사업은 공공기관 평가지표에 따라 횟수 등이 중요시될 수 있다"며 "실제 아이디어가 구현될 수 있도록 테스트 베드 지원 등 사업화 구현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중기부는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가 보육기관이나 멘토들의 수당이나 수익을 목적으로 한 사업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복수의 중기부 관계자는 "(창업은) 정부가 열심히 돈을 댄다고 되는 게 아닌 데다, 창업 생태계 의지와 협조 없으면 진행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모두의 창업은 멘토와 기관이 보육할 곳을 뽑아 보육한다는 대원칙이 있다"며 "멘토들은 각 기관 얼굴이고, 참가자 입장에서 멘토의 역할을 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기관에 교체를 요청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강승규 국민의힘 의원은 "모두의 창업은 기관이 아니라 도전하는 창업자들을 위한 사업"이라며 "사업 취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창업자 중심의 예산 집행이 이뤄져야 한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