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시장이 얼어붙고 신작 성과마저 부진하면서 중소 게임사들의 생존 환경이 악화하고 있다. '게임 강국'이라는 아성을 되찾을 수 없을 것이라는 위기감도 엿보이고 있다. 대형 게임사는 높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으나, 기존 지식재산권(IP)에 기반한 실적이라 게임 다양성도 부족해지고 있다는 의견도 나오는 상황이다.
24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캐주얼 게임 개발사 비아이게임즈는 최근 법원의 파산 종결 결정을 통해 사실상 법적 청산 절차를 마쳤다. 회사가 보유하고 있던 남은 자산을 처분하고, 채권자 배당 절차가 마무리돼 사건을 종결한다는 뜻이다.
2010년 설립된 엔틱게임월드는 법원이 지정한 날짜에 회생계획안 제출을 하지 못해 간이회생절차가 폐지됐다. 엔틱게임월드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판테온과 마계전설을 개발한 곳이다. 국내에서 흔하지 않은 로봇들을 소재로 한 모바일 액션 RPG 우주의 기사를 유통하기도 했다.
게임 개발 비용 증가와 낮아지는 흥행 가능성은 중소 게임사들의 주된 어려움으로 꼽힌다. 이용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졌고, 국내는 물론 해외 게임사와 경쟁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지만 제한된 인력과 자본으로 시장이 주목할 만한 게임을 내놓기 어려워지고 있다. 과거에 출시된 인기 게임이 여전히 유저의 선택을 받으면서 시장에 안착할 기회도 줄었다.
여기에 게임에 대한 투자도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게임 분야 벤처 투자액은 2710억원으로 전체 벤처 투자(13조6244억원)의 2.0%에 그쳤다. 투자 비율은 9개 업종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올해 1분기 업종별 벤처 투자 현황을 살펴보면 게임은 63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690억원)보다 90.9% 줄었다. 전체 투자액(3조3189억원)의 0.2%를 차지하는 데 머물렀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게임 다양성 확보가 힘들어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중소 게임사는 그간 국내 게임 산업의 '아이디어 창고' 역할을 했다. 시장의 흐름을 바꾼 게임 상당수가 중소·중견 개발사에서 시작됐다.
데브시스터스의 '쿠키런'을 비롯해 독창적인 세계관과 게임성으로 사랑받은 펄어비스(263750)의 검은사막, 크래프톤(259960)의 배틀그라운드 모두 개발·출시 당시에는 지금과 같은 대형 게임사가 아닌 비교적 작은 규모에서 선보인 작품들이다.
국내 주요 게임사로 꼽히는 크래프톤, 넥슨 등도 신작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과거 출시한 인기 게임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크래프톤은 신작 '인조이'와 '미메시스'가 각각 100만장 이상 판매되며 성과를 냈으나 전체 실적의 상당 부분은 배틀그라운드가 차지한다.
넥슨 역시 신작 '아크 레이더스'가 흥행에 성공했지만, '메이플스토리'와 '던전앤파이터' 등 핵심 IP 없이 현재의 수익 구조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아이온 외에 흥행했다고 평가할 만한 IP가 없다.
업계에서는 중소 게임사의 연쇄 부진이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신작 개발 실패와 투자 위축, 인력 유출이 반복되면 산업 생태계 전반이 위축될 것"이라며 "창의적인 게임 개발이 나올 수 있도록 인디게임과 중소 개발사에 대한 투자나 정책 금융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