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공공기관인 창업진흥원이 청년층을 대상으로 창업 준비 기간에 '생활비' 지원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각에서는 정책 수요 파악을 넘어 현금성 지원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9일 조선비즈가 강승규 국민의힘 의원실로부터 확보한 '청년 창업도전자금 설문조사'에 따르면 창업진흥원은 지난달 21일부터 29일까지 이메일을 통해 K-스타트업 홈페이지 가입자 중 만 39세 이하 청년 27만50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총 응답자는 2195명으로 응답률은 약 0.8%로 집계됐다.
기본 문항과 분기 문항을 포함해 총 24개로 구성된 설문조사는 현금 지원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응답을 수집하는 구조로 이뤄졌다. 창업 준비 과정의 소득 공백과 생활비 부담을 주요 장애 요인으로 제시한 뒤 월 60만원씩 9개월을 지원하는 '청년 창업도전자금'의 신청 의향과 기대 효과를 묻는 데 집중됐다.
24개 문항 중 9개가 생활비 지원과 창업도전자금 효과 검증에 초점이 맞춰졌다. '생활비 지원이 있다면 창업 준비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의향이 있는가', '청년 창업도전자금이 도입된다면 신청하겠는가', '창업 실행 가능성이 높아질 것인가' 등 정책 효과를 전제한 문항도 포함됐다.
응답자의 92.5%는 청년 창업도전자금이 도입될 경우 신청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70.8%는 창업 준비·시장 검증 활동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82.9%는 창업 실행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각각 응답했다.
일각에서는 해당 설문조사가 내년도 예산안 편성을 위한 명분 쌓기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예산을 확보하려면 사업 수요가 확인돼야 하는데, 설문이 사실상 창업도전자금의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응답을 수집하는 구조였다는 것이다.
제도가 시행되면 신청하겠다는 응답은 높았지만 창업을 이유로 정부를 중심으로 한 생활비 지원이 부적절하다는 반응도 나왔다. 기존 창업지원제도 한계를 묻는 질문에서도 응답자 32.1%는 '창업 초기에는 생활비보다 사업비 지원이 더 중요하다'고 답했다.
일부 응답자는 "현금 살포한다고 실효성 있는 창업이 이뤄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미 지원이 넘쳐난다", "창업이 기본권도 아닌데 왜 세금으로 창업자들 소득 공백 막기 위해 생활비를 줘야 하느냐"는 의견을 적기도 했다.
주무 부처인 중기부는 "창업 기회를 주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며 "아직 특별히 말씀드릴 상황은 없고, 유사한 성격의 예산은 아직 편성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강승규 의원은 "설문조사 참여 응답자들조차 부적절하다고 지적한 생활비 지원을 국민 세금으로 충당하겠다는 발상은 정책적 정당성이 없다"며 "창업 정책의 본질을 흐리는 무분별한 현금성 정책은 이재명 정부의 포퓰리즘 노선에 발 맞추기 위한 얄팍한 치적 쌓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