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 변압기 업체 산일전기(062040)가 최근 수년간 재무구조를 개선하면서 후계 구도도 기틀을 잡았다. 안정적인 실적에 후계 밑그림도 완성했지만, 현재 호실적이 미국 전력 인프라 투자와 신재생에너지 확대라는 업황에 기대고 있다는 점이 향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박동석 산일전기 회장이 2024년 4월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 서울사옥 홍보관에서 열린 산일전기 코스피 상장기념식에서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한국거래소 제공

18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52% 수준이던 산일전기 부채비율은 지난해 13%까지 낮아졌고 차입금도 대부분 상환했다. 한국평가데이터 기업신용등급 역시 2021년 BBB에서 지난해 A로 상승했다.

산일전기는 1987년 8월 박동석 회장이 창업한 회사다. 전력기기 제조업체 유일전기에서 근무하다 26세에 창업의 길로 들어섰다. 현재 36.02% 지분으로 최대 주주에 올라 있다. 이 지분으로 산일전기 100% 종속회사인 산일파트너스와 더써밋솔라원을 지배하고 있다.

창업 당시 교류 전압을 높이거나 낮추는 전력용 변압기를 주력 제품으로 삼았다. 한국전력과 한국철도시설공단(현 국가철도공단) 등에 변압기를 납품하며 성장 기반을 다졌고, 일본과 중동 등 해외 시장으로도 사업을 확대했다.

최근에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초대형 데이터센터 투자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변압기 수요가 급증했고 산일전기가 수혜주로 주목받았다. 산일전기 주가는 17일 종가 기준 25만1000원으로 올해 1월 초(13만7800원) 대비 약 82% 상승했다.

업황에 힘입어 실적 성장과 재무 안정성 강화를 동시에 이뤘다. 2020~2022년까지 매출 643억~1077억원에 머물렀으나 2023년 매출 2145억원, 영업이익 46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 5019억원, 영업이익 1790억원까지 확대했다. 자본 총계는 같은 기간 1259억원에서 5857억원으로 증가한 반면 부채 총계는 654억원에서 954억원으로 늘어나는 데 그치면서 외형 성장보다 자본 확충 속도가 빨랐다.

실적 성장의 배경에는 글로벌 전력 인프라 투자 확대 흐름이 자리하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노후 전력망 교체 수요가 늘어난 데다, 생성형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건설이 잇따르면서 전력 설비 증설 수요가 증가했다. 여기에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까지 더해지면서 변압기 시장이 호황기를 맞았다. 산일전기는 시장 환경 변화에 힘입어 북미를 비롯한 해외 시장에서 수주를 확대하며 실적 성장세를 이어갔다.

그래픽=정서희

후계 구도도 큰 틀은 완성한 상태다. 박 회장은 2남 1녀를 두고 있다. 장남인 박혜성씨는 2023년까지 사내이사를 맡는 등 산일전기에서 재직 중이고, 차남 박혜준씨는 기타 특수 관계자인 산일센서의 2대 주주이자 등기 임원으로, 장녀 박혜수씨는 주식회사 틔움의 2대 주주에 이름을 올렸다.

산일센서는 2023년 산일전기 센서 사업부를 물적 분할해 설립된 회사로, 산일전기가 보유하던 지분 100%가 박동석 회장과 차남 박혜준씨에게 매각됐다. 현재 지분율은 각각 68.25%, 31.75%다. 가축 분뇨 바이오가스 생산업체인 틔움은 박혜수씨가 25.42%, 박 회장이 60.3%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에서는 사업 환경 변화를 산일전기 기업 성장세를 결정할 요인으로 보고 있다. 매출 90% 이상이 수출에서 발생하는 만큼 환율 변동 영향이 크다. 미국 전력망 투자와 AI 데이터센터 증설, 신재생에너지 투자 확대 등 호황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는지도 관건이다.

한 회계사는 "매출채권과 재고자산 규모가 빠르게 늘고 있어 향후 글로벌 경기 둔화나 고객사 투자 지연 시 운전자본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며 "특히 매출채권은 3년 사이 4배가량 불어나 수요 둔화 시 핵심 위기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