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포럼이 지난 17일 서울에서 첫 정기 세미나를 열고, 국내 자본시장의 최대 현안 중 하나인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을 주제로 적대적 인수합병(M&A)과 기업지배구조 문제를 논의했다.

C&G포럼은 주요 대학 교수진과 경영·경제·법률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해 기업 경영권과 거버넌스 이슈를 연구하고 국내 자본시장의 선진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출범했다. C&G는 기업 관리와 지배구조를 뜻하는 'Control & Governance'의 약자다.

/C&G포럼 제공

이날 세미나에는 C&G포럼 회장인 김민기 카이스트 경영공학부 교수를 비롯해 김희경 법무법인 도영 대표변호사, 안성진 이화여대 경영학부 교수,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 원장, 한주훈 카이스트 경영공학부 교수가 참석했다.

한주훈 교수의 발제를 시작으로 각 분야 전문가들의 토론이 이어졌다. 한 교수는 고려아연과 영풍 간 갈등의 배경으로 배당 정책과 신사업 투자 전략을 둘러싼 이해관계 충돌을 꼽았다. 한 교수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취임 이후 신재생에너지, 이차전지 소재 등을 중심으로 한 '트로이카 드라이브' 사업을 중심으로 투자가 확대되면서 배당 정책에도 변화가 나타났고, 이를 계기로 양측의 갈등이 본격화됐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이어 "이후 공개매수, 상호주 구조, 의결권 제한, 미국 정부가 참여한 유상증자 등 다양한 법률·경영학적 쟁점이 제기되면서 이번 사안은 국내 자본시장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경영권 분쟁으로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안성진 교수는 "고려아연이 신사업 투자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단기적인 배당 규모가 일부 조정되자 갈등이 본격화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중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트로이카 드라이브 같은 전략적 신사업 투자는 주주가치 제고에 훨씬 크게 기여할 수 있다"며 "기업가치를 평가할 때는 현재의 배당수익뿐 아니라 미래 성장 가능성과 산업적 파급효과까지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민기 교수는 "고려아연 사례는 단순한 지분 경쟁을 넘어 공급망 안보와 자본시장 선진화 차원에서 함께 살펴봐야 한다"며 "희소금속·전략광물 공급망을 담당하는 국가기간산업의 경영권 분쟁을 단기 주주이익 극대화라는 단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은 국가 핵심 산업의 장기 경쟁력을 훼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한 "정부와 기관투자자는 투자자 보호와 국가 산업 경쟁력이 상호 보완적 가치임을 인식하고 보다 책임 있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했다.

유효상 원장은 "사모펀드는 기업가치 제고와 산업 경쟁력 강화를 통해 투자 수익을 창출하는 중요한 시장 참여자지만 국가기간산업을 둘러싼 적대적 M&A는 일반적인 투자 사례와는 다른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며 "경영진과의 협의 없이 진행된 공개매수와 장기화된 경영권 갈등은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을 높여 시장과 유관 산업에 적지 않은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희경 대표변호사는 "이번 사태는 장기간 이어지며 상당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고 있다"며 "국가기간산업에 대한 적대적 M&A 과정에서 발생하는 법적 공방이 반복될수록 기업과 투자자, 시장 전체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연금을 비롯한 주요 기관투자자들이 스튜어드십 코드에 기반해 보다 적극적이고 책임 있는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C&G포럼은 이번 세미나를 시작으로 국내외 주요 기업의 경영권 분쟁과 지배구조 개편, 혁신산업 전환 과정에서의 거버넌스 이슈를 주제로 정기적인 연구와 사례 분석을 이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