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 시장에서 단순 중개수수료뿐 아니라 광고비, 프로모션 분담금 등 입점업체가 실제로 부담하는 전체 비용을 공개하는 '통합 부담률 공시' 제도가 마련돼야 합니다."
한국중소기업학회가 16일 국회도서관에서 '배달 플랫폼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진단과 처방'을 주제로 국회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원이·정진욱 의원과 한국중소기업학회가 공동 주최하고, 중소벤처기업부, 중소기업중앙회,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이 후원했다.
◇배달 앱 승자독식 구조 속 소상공인 수익성 악화
국내 배달 플랫폼 시장은 지난 10여 년간 연간 거래액 약 28조원 규모로 성장했지만, 플랫폼 의존도 심화에 따른 소상공인 수익성 악화와 시장 집중 문제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배달 플랫폼 생태계의 현황을 진단하고 지속가능한 발전 방안을 논의했다.
조주현 중소벤처기업연구원장은 축사를 통해 "배달 플랫폼 생태계가 중요한 전환점에 서 있다"며 "배달앱 시장의 혁신은 물론 입점 소상공인과 배달 종사자, 소비자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공정한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첫 번째 발제에 나선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배달 플랫폼과 입점업체 간 갈등이 한국만의 문제가 아닌 글로벌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전 교수는 미국과 유럽, 중국 등 주요 국가에서도 플랫폼 수수료와 시장 지배력 문제가 지속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플랫폼 산업은 네트워크 효과와 데이터 축적을 기반으로 소수 기업이 시장을 장악하는 '승자독식' 구조를 형성한다고 분석했다.
전 교수는 "플랫폼 경제의 지속 가능성은 플랫폼이 창출한 가치가 노동자와 점주, 소비자에게 공정하게 분배되는 새로운 '디지털 사회계약'의 성패에 달려 있다"며 "효율성과 공정성 사이의 균형을 찾는 정책 설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중국 사례를 언급하며 과도한 규제가 투자와 혁신을 위축시키는 '냉각 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통합 부담률 공시, 시장 투명성 높여야"
두 번째 발제를 맡은 박경민 한국중소기업학회장(연세대 경영대 교수)은 수도권 음식점 1만3098곳의 49개월(2021~2025년) 실거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배달앱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매출은 증가했지만 영업이익률은 오히려 하락하는 '성장의 역설'이 나타났다. 특히 소형·중형 식당은 수익성이 악화된 반면, 대형 식당은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린 것으로 분석됐다.
박 회장은 "대다수 음식점이 배달 매출의 상당 부분을 특정 플랫폼에 의존하는 '락인 상태'에 놓여 있다"며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본사가 일정 부분 부담을 완충해주지만 독립 소상공인은 플랫폼 비용 증가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플랫폼 시장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 방안도 제시했다. 박 회장은 "중개수수료뿐 아니라 광고비, 배달비, 결제수수료, 프로모션 분담금 등 음식점이 플랫폼에 실제로 지불하는 모든 비용을 합산한 '통합 부담률'을 정기적으로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순 수수료가 아닌 실제 총비용을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입점업체의 부담 수준을 정확히 파악하고 시장 감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박 회장은 또한 "플랫폼 간 경쟁을 활성화하기 위해 별점과 리뷰 등 음식점이 축적한 평판 데이터를 다른 플랫폼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평판 자산 이동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정 플랫폼에 묶여 있는 구조를 완화해 소상공인의 선택권을 확대하고 플랫폼 간 서비스 경쟁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소상공인이 수수료나 정산 조건 등 거래 조건에 대해 공동으로 협상하는 행위는 공정거래법 적용을 면제하되, 소비자 가격 담합은 엄격히 금지하는 '단체협상 면책(투트랙 세이프하버)' 방식 도입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中企·소상공인 단체협상 허용…플랫폼 협상력 제고"
이어진 종합토론에서는 배달 플랫폼 갈등의 핵심이 단순한 수수료 수준이 아니라 정보와 협상력의 비대칭, 시장 집중 구조에 있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토론자들은 비용 구조의 투명성을 높이고 분쟁조정 체계 구축 등을 우선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혜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부연구위원은 통합 부담률 공시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비용 항목 표준화와 관계 부처 간 협업, 독립 소상공인 지원 방안 마련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이상윤 성공회대 교수는 소상공인 수익성, 라이더 처우, 소비자 후생, 지역상권 기여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플랫폼 상생지수' 도입을 제안했다. 이은청 중기부 상생협력정책국장은 "배달앱 상생협력 체감도가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며 "연내 공공배달앱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고 플랫폼과 입점업체 간 상생협력 제도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개발본부장은 배달플랫폼 입점업체를 대상으로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우선 시범 도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선중규 공정거래위원회 경쟁정책국장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협상력 강화를 위해 단체협상 시 공정거래법상 담합 규정 적용을 배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해당 제도를 배달앱 플랫폼 시장에도 적용해 중소기업, 소상공인이 공동으로 플랫폼과 협상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