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스타트업 업계가 금융 당국이 추진 중인 코스닥 시장 세분화와 상장폐지 요건 강화 방안에 우려를 나타내며 제도 시행 유예와 보완책 마련을 촉구했다.

벤처기업협회,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등 3개 단체가 15일 여의도에서 공동 정책제안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벤처기업협회 제공

벤처기업협회와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15일 서울 여의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혁신경제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하는 자본시장'을 주제로 자본시장 개편 관련 5대 정책 과제를 제안했다.

금융 당국은 코스닥 시장의 신뢰도 제고와 투자자 보호를 위해 상장폐지 요건 강화와 시장 세분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벤처업계는 자본시장 개혁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혁신기업의 자금조달 기능이 위축되지 않도록 제도 설계 과정에서 논의와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상장폐지 요건 강화와 코스닥 시장 세분화가 시장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벤처기업의 성장 기회를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이날 3개 단체는 ▲코스닥 세그먼트 도입 유예 및 재검토 ▲중복 상장 규제 예외 적용 ▲상장폐지 요건 시행 유예 및 기준 재검토 ▲상설 정책협의체 구성 ▲기술특례상장 제도 개선 등 5대 과제를 제안했다.

우선 코스닥 시장을 프리미엄과 스탠더드로 구분하는 세그먼트 제도는 기업 서열화와 낙인 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시행 유예를 요구했다. 중복 상장 규제는 획일적으로 적용하기보다 기업 독립성과 일반 주주 보호 수준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장폐지 제도와 관련해서는 시가총액 등 정량 지표만으로 혁신 기업의 미래 가치를 평가하기 어렵다며 시행 유예와 기준 재검토를 요청했다. 아울러 금융 당국과 한국거래소, 벤처업계가 참여하는 상설 정책협의체를 구성해 자본시장 제도 개편 과정에서 현장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간담회에서는 자본시장 체질 개선을 위해 규제 강화뿐 아니라 상장 벤처기업의 공시·회계·법률 대응 역량을 높일 수 있는 지원 정책도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정책 수립 과정에서 현장 의견 수렴과 업계 영향 평가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송병준 벤처기업협회장은 "금융당국의 자본시장 체질개선 방향에는 전적으로 공감하나, 일부 세부 정책은 벤처·스타트업의 특성을 담지 못한 채 전통 금융의 관리·통제 시각이 과도하게 반영됐다"고 평가했다.

김학균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은 "코스닥 세그먼트 분리나 중복상장의 일률적 규제는 인위적인 기업 서열화와 자금 절벽을 초래해 모험자본 생태계를 마비시킬 것"이라며 "이번 자본시장 개편안이 혁신기업의 스케일업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김재원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은 "퇴출과 규제에만 무게가 실리면 자금이 절실한 혁신 스타트업까지 위축된다"며 "대기업의 쪼개기 상장과 스타트업의 자회사 상장은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