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첸이 순손실 전환에도 모회사인 코스닥 상장사 부방(014470)에 현금 배당을 실시했다. 해외 법인 적자와 성장 둔화가 이어지는 와중에 확보한 현금을 모회사에 이전했다. 쿠첸은 주주 가치 제고 차원의 결정이라고 설명했지만, 일각에서는 지분 100%를 보유한 부방으로 배당금이 귀속된다는 점에서 그룹 차원의 자금 운용 전략이 반영됐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쿠첸 '브레인 미니' 밥솥 (쿠첸 제공)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쿠첸은 지난해 매출 1501억원, 영업이익 2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감소했고, 당기순손실 8억6000만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올해 1분기 매출이 379억원으로 전년 대비 7.7% 감소했다.

국내 밥솥 시장에서 뚜렷한 점유율 확대를 이루지 못한 데다, 해외 사업도 부진하다. 쿠첸 북미 법인과 중국 생산 법인인 쿠첸 일렉트로닉스(랴오닝)는 최근 3년간 약 44억원의 누적 순손실을 기록했다. 북미 법인은 4년 연속 적자, 중국 법인은 설립 이후 3년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쿠첸은 사업 부진에도 지난해 53억8000만원 규모의 현금 배당을 실시했다. 2020년 이후 5년간 단 한 차례도 배당을 하지 않다가 처음으로 이뤄졌다. 2022년 231억원, 2024년 45억원의 흑자를 기록했을 때는 배당은 없었다. 배당금은 지분 100%를 보유한 모회사 부방으로 귀속된다.

쿠첸 측은 "2025년 배당은 회사가 확보한 이익잉여금 범위 내에서 관련 법령과 이사회와 주주총회 절차에 따라 결정된 사항"이라며 "재무 상황과 경영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결정했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그룹 내 현금 재배치 성격이 짙다고 평가한다. 부방은 자회사 관리와 신규 사업 투자를 핵심 사업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최근 수년간 눈에 띄는 신규 투자 성과는 제한적인 반면 자회사 현금 창출력에 기대고 있다. 지난해 쿠첸과 유통 계열사 부방유통에서 총 188억원 규모의 배당 수익을 인식했다. 같은 기간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 176억원을 웃도는 규모다.

부방은 최근 3년간 연구·개발(R&D)에 약 110억원을 투자했지만 눈에 띄는 신규 사업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최근 3년간 매출 2.15~2.59%를 R&D에 투입하며 생활 가전 업계 평균 수준의 투자 기조는 유지하고 있으나, 인공지능(AI)·스마트홈 등 신기술 경쟁이 가속화되는 실정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에는 보수적인 수준이다.

다른 자회사들의 경영 성과 역시 만족스럽지 못하다. 시설 관리 업체 에스씨케이는 지난해 적자로 전환했고, 소프트웨어 개발사 비즈앤테크컨설팅은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쿠첸과 부방유통이 창출한 현금을 모회사로 집중시켜 그룹 차원에서 운용하려는 목적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은 배당 자체보다 자금 사용처를 본다"며 "모회사로 올라간 현금이 인수·합병(M&A)이나 신규 사업 투자, 기술 개발 등에 재투자되면 그룹 차원의 자원 배분으로 평가받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계열사 현금에 의존한 재무 운용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