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에 입사해 5년 가까이 일한 직장인의 월급이 대기업 신입사원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층 임금 격차는 최근 5년간 더 벌어졌고, 성과급 차이는 오히려 확대됐다. 기업 규모가 성별이나 고용 형태보다 임금 수준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러스트=챗GPT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은 8일 발표한 '대·중소기업 간 임금격차 분석'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를 바탕으로 300인 이상 기업과 300인 미만 기업의 임금 수준을 2020~2025년 기간에 걸쳐 비교했다.

2025년 기준 중소기업 근로자의 월 임금총액은 평균 336만2000원으로 대기업(632만3000원)의 53.2% 수준에 그쳤다. 시간당 임금으로 계산해도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57.3% 수준이었다. 특히 사업장 규모가 작을수록 격차가 컸다. 4인 이하 사업장의 월 임금은 대기업의 37.8%, 5~29인 사업장은 53.8%에 불과했다.

이 격차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 월 임금총액 비중은 2021년과 비교해 4인 이하 사업장은 0.5%포인트, 5~29인은 3.0%포인트, 30~299인은 2.8%포인트 각각 하락했다. 연평균 임금인상률이 대기업(4.0%)보다 중소기업에서 낮게 나타난 데 따른 결과다.

중소기업 근로자는 경력이 쌓여도 대기업과의 격차를 좁히기 어려웠다. 2025년 기준 근속 3~5년 미만 중소기업 근로자의 월 임금총액(333만4000원)은 대기업 근속 1년 미만 근로자(344만7000원)보다 낮았다.

정액급여도 마찬가지여서, 중소기업에서 3~5년 근무한 직원의 월 정액급여(299만8000원)가 대기업 신입사원(310만8000원)에 미치지 못했다.

보고서는 이를 두고 청년 저임금 문제뿐 아니라 연령이 높아질수록 대기업과의 차이가 커지는 '성장사다리 격차'가 동시에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 청년(29세 이하) 임금을 100으로 봤을 때 중소기업 50대는 162 수준에 그치는 반면, 대기업 50대는 325 수준에 달했다.

29세 이하 중소기업 청년의 월 임금은 대기업 청년의 56.4%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 비중은 2020년 58.4%에서 2.0%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최근 5년간 청년층 임금 격차가 오히려 확대됐다. 연평균 임금인상률이 대기업 29세 이하(3.9%)보다 중소기업 29세 이하(3.2%)에서 낮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대기업은 우수 인력 확보 관점에서, 중소기업은 인력의 조직 적응 여부를 검증하는 관점에서 접근하는 차이"라고 분석했다.

성과급 격차는 더욱 극단적으로 나타났다. 2025년 기준 중소기업 특별급여(상여금·성과급)는 대기업의 17.4% 수준에 그쳤다. 이는 정액급여(64.5%), 초과급여(32.6%)보다 훨씬 낮은 수치로, 보고서는 대·중소기업 임금 격차의 가장 큰 원인으로 성과급 격차를 지목했다. 중소기업 특별급여는 2022년부터 2025년까지 연평균 0.3% 감소한 반면, 정액급여는 같은 기간 연평균 2.6% 올랐다.

격차의 규모는 개인 차원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났다. 대기업 50대 근로자의 월평균 특별급여는 중소기업 29세 이하 근로자의 20.35배 수준이었다.

근속연수별로 보면 더 심각해, 대기업 근속 20년 이상 근로자의 월평균 특별급여는 중소기업 근속 1년 미만 근로자의 337.81배에 달했다. 대기업에서 오래 일할수록 성과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구조가 격차를 더욱 벌리고 있는 것이다.

기업 규모가 임금 수준을 결정하는 영향도 뚜렷했다. 시간당 임금 기준으로 대기업 남성 비정규직(2만9232원)은 중소기업 남성 정규직(2만8041원)보다 더 많은 임금을 받았다. 대기업 여성 비정규직(2만3082원) 역시 중소기업 여성 정규직(2만1373원)보다 높았다

보고서는 "성별과 고용형태보다 기업 규모가 임금 수준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성별 격차도 기업 규모와 맞물려 복합적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남성, 대기업 여성, 중소기업 남성, 중소기업 여성 순으로 임금이 높았다. 그 중에서도 중소기업 여성 비정규직의 시간당 임금총액은 대기업 남성 정규직의 33.2%에 불과했다. 기업 규모, 성별, 고용형태의 불리함이 겹쳐 나타난 결과다.

다만 월 임금총액 기준으로는 고용형태별 역전 현상도 나타났다. 중소기업 정규직(403만8000원)은 대기업 비정규직(331만원)보다 많았는데, 이는 중소기업 정규직의 월 근로시간(161.5시간)이 대기업 비정규직(140.0시간)보다 21.5시간 길기 때문이다. 시간 기준이냐 월 기준이냐에 따라 격차의 방향이 달라지는 셈이다.

연구원은 격차 심화의 배경으로 중소기업 혁신역량 저하를 꼽았다. 중소기업 연구소 수가 2022년 4만2525개에서 2025년 3만6953개로 급감했고, 2023년 이후 연구개발비와 연구원 수도 줄고 있다. 폐업자 수 역시 2022년 86만7000명에서 2024년 100만8000명으로 증가했다.

연구원은 격차 완화를 위해 성과공유 제도 확산, AI 활용 역량 강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협력 등 10대 정책과제를 제시했다. 특히 중소기업 재직자를 대상으로 직무 맞춤형 AI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현장 배치형 엔지니어를 파견하는 'FDE 지원단' 운영을 새로운 과제로 제안했다.

또 청년층과 근속 5년 미만 근로자들의 임금 격차가 확대되고 있는 만큼, 성과보상 체계 구축과 장기근속 유인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