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러 전문 제조 기업 귀뚜라미와 경동나비엔(009450)의 특허권 분쟁이 재점화했다. 콘덴싱 보일러에 활용되는 핵심 기술을 두고 갈등을 빚던 중 경동나비엔이 특허를 재정비하자 귀뚜라미가 이를 무효로 돌리기 위한 추가 대응에 나섰다. 경동나비엔은 특허를 유지하는 데 성공했으나 분쟁은 장기화할 전망이다.

일러스트=Chat GPT

7일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귀뚜라미와 경동나비엔은 특허법원에서 '열교환기 유닛' 특허 2건을 둘러싼 정정무효심판 심결 취소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4월 특허심판원은 귀뚜라미가 경동나비엔을 상대로 낸 열교환기 유닛의 정정무효심판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귀뚜라미는 특허심판원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특허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특허 분쟁은 특허심판원이 1심 역할을 하고, 특허법원을 거쳐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된다.

열교환기 유닛은 보일러 내부에서 연소 과정에서 발생한 열을 물에 전달해 난방수와 온수를 만드는 장치다. 콘덴싱 보일러 에너지 효율과 성능을 좌우한다. 일반 보일러와 달리 콘덴싱 보일러는 배기가스 속 수증기가 응축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잠열도 활용해 에너지 효율을 높인다.

두 회사는 2023년부터 열교환기 유닛을 두고 갈등을 벌이고 있다. 당시 경동나비엔은 귀뚜라미가 자사 콘덴싱 보일러용 열교환기 기술을 무단 사용했다며 특허권 침해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귀뚜라미는 2024년 특허권 무효 심판을 제기했고, 특허심판원은 같은 해 9월 경동나비엔 특허 4개 중 2건은 무효, 1건은 부분 무효, 1건은 인정했다.

그래픽=손민균

이후 경동나비엔은 무효·일부 무효로 결정난 특허를 보완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지난해 5월 특허 2건을 일부 보완·수정한 정정 심판을 청구해 4개월 뒤 인용 결정을 받았다. 정정 심판은 특허 기초 틀을 유지한 채 청구 범위를 좁히거나 표현을 명확히 하는 절차로, 특허권자가 권리 범위를 정비하기 위해 활용하는 제도다.

경동나비엔은 정정을 통해 열전달 면적을 넓히는 금속판인 핀의 배치 구조와 열교환기 내부 단면적이 감소·유지되는 구간 등을 구체적으로 특정했고, 유효성을 인정받았다.

정정 심판 청구가 인용되자 귀뚜라미는 지난해 10월 이를 무효로 해달라며 심판을 청구했다. 국내외 공개특허 등 선행 기술의 결합만으로도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인 만큼 진보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특허심판원은 열교환기 내부 단면적이 감소하는 구간과 핀 배치 구조, 병렬 유로 구성 등이 선행 기술과 차별화된다고 판단했다. 기존 공개 기술만으로는 경동나비엔 특허 구성을 쉽게 도출할 수 없다며 귀뚜라미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열교환기는 콘덴싱 보일러 효율과 성능을 좌우하는 기술이라 특허의 사업적 가치도 크다"며 "특허가 유효하다고 인정되면 향후 침해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양사 모두 쉽게 물러서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