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청년 이직률이 중소기업의 만성적 인력난을 심화시키는 가운데, 퇴사자들이 직접 올린 브이로그 영상을 분석한 연구에서 '인간 관계'가 퇴사의 가장 큰 원인으로 나타났다. 임금이나 업무 강도보다 조직 내 고립감과 관계 갈등이 청년들의 조기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7일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의 학술지 '중소기업정책연구' 최신호에 실린 김용희 에이치앤컨설팅 책임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유튜브에 게시된 중소기업 퇴사 브이로그 314건(텍스트 53만여 단어)을 분석한 결과 퇴사 사유와 가장 밀접하게 연결된 요인은 '인간 관계'였다.
연구진은 퇴사 경험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등장한 핵심 키워드를 분석했다. 그 결과 동료·상사·선배와의 관계를 의미하는 '연결' 키워드가 499회 등장해 전체의 36.9%를 차지하며 가장 높은 비중을 기록했다.
반면 조직의 가치관이나 문화가 개인과 얼마나 맞는지를 뜻하는 '적합' 키워드는 81회에 그쳐 가장 낮은 빈도를 보였다. 연구진은 조직 문화에 대한 추상적 불만보다 직장 내 괴롭힘이나 소외감, 관계 단절과 같은 현실적인 문제가 퇴사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해석했다.
두 번째로 많이 언급된 요인은 교육·성장 기회·자율성 등을 포함하는 '직무 자원'이었다. 관련 키워드는 256회 등장했다. 반면 야근이나 과도한 업무 부담을 의미하는 '직무 요구'는 130회에 그쳤다.
이는 청년들이 단순히 일이 많아서 회사를 떠나는 것이 아니라, 성장 기회가 부족하고 배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지 않은 데 더 큰 좌절을 느끼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조기 퇴사 현상도 두드러졌다. 재직 기간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 가운데 근속 기간이 1년 미만인 퇴사자는 전체의 53.6%를 차지했다. 중소기업 인력 유출이 입사 초기 단계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특히 신입 직원들이 체계적인 적응 과정을 거치지 못한 채 현장에 투입되는 점에 주목했다. 퇴사 브이로그에서는 '처음' '혼자'와 같은 표현이 반복적으로 등장했으며, 적절한 안내와 지원 없이 업무를 시작하면서 정서적 소진을 경험하는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보고서는 이러한 현상을 '복합적 취약성'으로 규정했다. 조직 적응 실패가 정서적 소진을 낳고, 소진 상태가 다시 조직 적응을 어렵게 만드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기존의 내일채움공제와 같은 정책은 일정 기간 근속한 뒤 경제적 보상을 제공하는 사후 지원 성격이 강하다"며 "입사 초기 이탈 자체를 줄이는 예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중소기업은 인사관리 전담 인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며 "정부가 업종별·기업 규모별 온보딩 표준모델을 개발해 보급하고, 신입 직원의 정서적 소진 징후를 조기에 발견해 상담과 연계하는 지원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