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7일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중기부는 예상보다 이른 리더십 교체를 맞게 됐다. 한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총리로 취임하면 중기부는 당분간 노용석 1차관의 장관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관심은 단순한 장관 공백에 있지 않다. 내년 출범 10주년을 앞두고 중기부가 추진 중인 대대적인 정책 전환이 동력을 이어갈 수 있느냐다. 지난해 7월 취임한 한 장관은 중기부를 '보호와 지원의 부처'에서 '성장과 도약의 부처'로 바꾸겠다는 구상을 내걸고 체질 개선 작업을 추진해왔다.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뉴스1

◇대외 악재 속 수출·벤처 방어…"현장 밀착형 정책 주효"

한 장관 재임 기간 중기부 성적표는 대체로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가장 눈에 띄는 분야는 수출이다. 미국발 관세 충격과 중동발 지정학적 불안 등 대외 악재가 이어졌지만 중소기업 수출은 지난해 1186억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새로 썼다. 올해 1분기 역시 298억달러로 같은 기간 기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성장을 이끈 것은 K-뷰티였다. 현재 K-뷰티 수출기업은 약 1만개사에 달하며 수출 국가는 203개국으로 확대됐다. 중기부는 관세청·우정사업본부 등과 협력해 물류와 통관 지원까지 강화했다. 올해 1분기 K-뷰티 수출액은 21억8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1.3% 증가했다.

위축됐던 벤처투자 시장도 반등했다. 올해 1분기 신규 벤처펀드 결성액은 4조4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고, 신규 벤처투자액은 3조3000억원으로 역대 두 번째 수준을 나타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발표한 '벤처 4대 강국 대책' 이후 민간 자금 유입이 다시 살아난 결과로 보고 있다.

창업 분야에서는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가 대표 성과로 꼽힌다. 올해 1월 시작된 프로젝트에는 지난달 마감 기준 6만2944명이 신청해 정부 주도 공모사업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제출 직전 단계까지 포함하면 약 8만명이 창업에 관심을 보였고, 플랫폼 방문자는 141만명을 넘어섰다. 참가자 가운데는 9세 어린이도 있었다.

네이버 대표 출신인 한 장관은 플랫폼 설계 과정에도 직접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최근 자신의 SNS를 통해 "한성숙 장관님 큰 성과 감사하다"며 "실질적 창업 중심 국가로 가는 길이 열리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평가했다.

소상공인 정책에서도 변화가 있었다. 지난 4월 열린 동행축제에는 3만3000개사가 참여해 약 500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상생페이백·코리아 그랜드 페스타 등 내수 진작 행사도 이어졌다. 소상공인 전망 BSI(기업경기실사지수)는 지난해 1월 75.5에서 올해 5월 87.2까지 상승했다.

정책 체감도를 높이기 위한 시도도 있었다. 중기부는 위기 징후가 나타난 소상공인에게 정부가 먼저 지원 정보를 제공하는 '위기알림톡'을 도입했고, 기술탈취 피해를 신고할 수 있는 '기술탈취 신문고'도 신설했다.

특히 기술탈취 문제는 그동안 공정거래위원회와 지식재산처가 주도해온 영역이었지만, 중기부가 직접 대응 창구를 운영하면서 기술보호 정책의 주요 플레이어로 존재감을 키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원사업 신청 서류는 50% 이상 줄였고, 64개로 흩어진 정책 플랫폼을 통합하는 작업도 추진 중이다.

◇'전주기 성장 체계' 안착 관건…중기부 출신 총리에 '기대감'

다만 한 장관이 남긴 가장 큰 변화는 개별 사업이 아니라 정책 철학이라는 평가가 많다.

그동안 중기부 정책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데 무게가 실려 있었다. 코로나19 시기에는 긴급 지원과 금융 지원이 핵심 역할이었다. 하지만 한 장관은 취임 이후 "이제는 성장 가능성과 잠재력을 가진 기업을 적극적으로 키워야 한다"며 정책 방향 전환을 강조해왔다.

핵심은 '전주기 성장 체계' 구축이다. 창업 단계는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운영하고, 성장 단계는 팁스(TIPS)를 기반으로 한 연구개발(R&D)과 사업화 지원에 집중한다. 이후 도약 단계에서는 '점프업 프로그램'을 통해 수출과 투자, 스케일업을 지원하고, 위기 기업에는 사업 전환과 재도전 프로그램을 연계하는 구조다.

중기부는 이를 창업-성장-도약-재도전으로 이어지는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지역 창업 생태계 조성도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중기부는 최근 대전·대구·광주·울산을 '4대 창업도시'로 지정했다. 수도권에 집중된 창업 생태계를 지역으로 확장하기 위한 시도다. 지방정부와 대학, 연구기관을 연결해 지역에서도 유니콘 기업이 나올 수 있는 기반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중기부는 내년까지 6개 도시를 추가 지정해 전국 단위 창업 거점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사업 구조조정 역시 본격적인 실행 단계에 들어가야 한다. 중기부는 현재 117개 수준인 세부 사업을 내년까지 95개 수준으로 재편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유사·중복 사업을 통합하고 성과 중심 핵심 사업에 예산과 인력을 집중 투입하겠다는 구상이다. 사업 관리 방식도 단순 집행 중심에서 성과 평가 중심으로 바뀐다.

업계에서는 중기부 출범 이후 가장 큰 정책 구조조정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내년이 중기부 출범 10주년이라는 점에서 상징성도 크다. 한 장관이 강조해온 "관행적인 나눠주기식 예산 구조를 정리하겠다"는 구상이 대행 체제와 차기 장관 체제에서도 이어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중기부 내부에서는 기대감도 감지된다. 한 장관이 총리로 취임할 경우 중소기업·벤처·소상공인 정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총리가 탄생하는 만큼, 부처 간 이견으로 지연됐던 규제 혁신이나 신산업 정책 조율에 힘이 실릴 수 있다는 기대다.

대통령실 역시 이날 한 후보자의 총리 지명 배경으로 중기부 장관 재임 성과를 직접 언급했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중소기업 수출 역대 최대치 달성, 창업 생태계 활성화 등 실질적 성과를 냈다"며 "반도체 호황과 수출 증가가 견인한 한국 경제의 성장을 중소기업·소상공인·골목상권 등 국민 모두의 성장으로 전환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