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SNS 산업의 성장을 이끌었다면, 이제 AI 음성 에이전트를 기반으로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가겠습니다."

지난달 21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만난 제임스 리우(James Liu) 데이지벨(Daisybell) CEO는 "AI 기술이 다양한 산업에 빠르게 적용되면서 기업 경영의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고 있다"며 "특히 음성 기반 AI 에이전트가 향후 기업 운영 효율성과 고객 경험을 동시에 혁신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제임스 리우 데이지벨 CEO는 지난 21일 조선비즈 인터뷰에서 "AI 음성 에이전트가 기업의 운영 효율성과 고객 경험을 동시에 혁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용선 기자

리우 CEO가 지난해 초 설립한 데이지벨은 미국 실리콘밸리에 기반을 둔 AI 스타트업이다. 기업 예약 서비스와 고객 상담, 안내 업무 등 기존 사람이 수행하던 반복적인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AI 음성 에이전트로 대체하는 설루션을 개발, 서비스하고 있다. 미국, 유럽, 한국 등의 투자자들로부터 약 500만달러(약 75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中 1세대 SNS 창업가, 세계 AI 시장 도전장

리우 CEO는 중국 SNS 산업 초기 성장을 이끈 대표적인 1세대 창업가로 꼽힌다. 그는 중국 상하이자오퉁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뒤 미 스탠퍼드대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마쳤다. 이후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중국 지사에서 경영 컨설턴트로 활동했다.

SNS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한 그는 2003년 SNS 플랫폼 '유미(UUMe)'를 공동창업했다. 이후 사업 확장을 위해 2005년 회사를 중국 SNS 기업 런런(Renren)에 매각했고, 런런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아 사업 운영을 총괄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으로부터 투자도 유치했다.

런런은 중국 청년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며 '중국판 페이스북'으로 불렸다. 2010년대 초반 중국을 대표하는 SNS 플랫폼으로 큰 인기를 누렸지만, 이후 웨이보 등 경쟁 서비스에 밀리며 영향력이 약화됐다.

SNS 이후 리우 CEO가 주목한 분야는 AI 기반 고객 응대 시장이다. 그는 AI 음성 에이전트가 단순 상담 자동화를 넘어 예약·안내·고객 관리 등 기업 운영 전반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핵심 기술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리우 CEO는 "SNS 시대에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었다면, AI 시대에는 사람과 AI의 자연스러운 상호작용이 중요하다"며 "특히 음성 인터페이스는 가장 인간적인 커뮤니케이션 방식이라는 점에서 성장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데이지벨의 AI 음성 에이전트 설루션. 식당 예약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데이지벨 제공

데이지벨의 핵심 경쟁력은 고객 맞춤형 AI 음성 설루션이다. 고객사별 데이터와 업무 프로세스를 학습해 산업 특성과 서비스 환경에 맞춘 응대가 가능하다. 단순 질의응답 수준을 넘어 실제 업무 흐름에 맞춰 예약·안내·상담 등의 기능을 수행한다.

예를 들어 물류 기업의 경우 AI 에이전트가 배송 일정과 물품 무게, 주소 정보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고객 응대를 진행한다. 식당 예약 서비스에서는 날짜와 시간, 인원수 확인은 물론 고객 상황까지 파악해 맞춤형 상품을 추천한다.

가격 경쟁력 역시 강점으로 꼽힌다. 리우 CEO는 "데이지벨 서비스는 기존 상담 인력 운영 비용의 약 15~20% 수준으로 이용할 수 있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 절감과 운영 효율 개선 효과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데이지벨의 주요 시장은 일본과 미국, 홍콩이다. 높은 인건비와 만성적인 노동력 부족 문제가 이어지면서 AI 음성 에이전트 수요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지역들이다. 특히 일본에서 유통, 패션, 병원, 금융, 부동산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고객사를 확보하며 성장하고 있다.

◇韓 공략 본격화…中 스타트업 경쟁력 "치열한 경쟁과 빠른 실행력"

데이지벨은 최근 한국 온라인 교육 기업을 첫 고객사로 확보하며 한국 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리우 CEO가 이번에 한국을 찾은 것도 한국 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리우 CEO는 "한국은 AI 콜센터와 기업용 AI 고객 응대 시장 성장 가능성이 매우 큰 국가"라며 "앞으로 물류, 이커머스, 여행 산업 등을 중심으로 한국 내 고객 기반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지벨은 프랑스 등 유럽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인터뷰 말미 리우 CEO는 중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가장 큰 강점을 묻는 질문에 "치열한 경쟁"을 꼽았다. 그는 "급변하는 AI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술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실행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딥시크와 같은 중국 AI 유니콘 기업이 등장한 배경에도 이러한 빠른 실행 문화가 자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수백, 수천 개 스타트업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치열한 경쟁 속에서 검증된 소수만 살아남는 구조가 중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특징이자 경쟁력"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