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과 중견 가전업체가 에너지 전환 시대의 핵심 기술로 꼽히는 '히트펌프' 시장에서 정면 승부를 시작했습니다.
기존 냉난방공조(HVAC) 사업 확대에 나선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는 물론 보일러 시장 강자인 경동나비엔(009450)까지 사업 역량을 집중하면서 차세대 난방 시장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하는 모습입니다.
2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드마켓츠(MarketsandMarkets)에 따르면 세계 히트펌프 시장은 2025년 832억달러에서 2030년 1626억달러(약 220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입니다.
히트펌프는 전기를 이용해 난방과 온수를 공급하는 기술로, 차세대 친환경 난방 기술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탄소중립 정책과 에너지 안보 강화 기조가 맞물리며 관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325만대가 팔렸고, 중국에서도 같은 기간 265만대가 보급됐습니다. 우리 정부도 2035년까지 온실가스 518만톤 감축을 목표로 히트펌프 350만대 보급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습니다.
히트펌프는 신사업 진출을 넘어 기존 난방 산업의 지형 자체를 바꾸는 변곡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특히 가스보일러를 주력 사업으로 성장한 경동나비엔 입장에서는 미래 난방 시장의 주도권을 지키기 위한 전략적 대응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신사업을 주도하는 손연호 경동나비엔 회장의 장남 손흥락 경동나비엔 부회장이 HVAC 확장을 차세대 먹거리로 꼽으면서 히트펌프 사업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생활가전 전통 강자로 꼽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 역시 히트펌프를 신(新) 성장동력으로 낙점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애플리케이션(앱) 연동으로 실내 온도, 출수 온도 확인·설정 조작을 강점으로 내세웠고 LG전자는 실외기와 주요 시스템 구성요소가 일체화된 구조가 장점으로 꼽았습니다.
오랜 기간 가전제품 수리·유지 보수 서비스 인프라를 구축해 온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전국 단위 서비스망을 활용해 히트펌프 설치 이후 유지 보수와 사후 관리 부담도 줄인다는 계획입니다.
업계에서는 특정 기업이 압도적인 기술 우위를 점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보일러나 에어컨 제조 역량을 갖춘 기업이라면 히트펌프 시장에 진출하기 어렵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이 때문에 향후 경쟁은 제품 성능뿐 아니라 설치 역량, 서비스 네트워크, 유지 보수 체계 구축 능력에서 갈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경쟁 무대는 국내에 국한되지 않을 전망입니다. 경동나비엔은 미국과 영국 히트펌프 시장에 진출한 상태입니다. 국내 기업은 물론 비스만과 바일런트 등 유럽 현지 기업들을 경쟁 상대로 꼽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폴란드 에너지 기업 에코파크(Ekopark)가 추진하는 대규모 주거 단지 개발 사업에 히트펌프와 관리 시스템을 공급할 예정이고, LG전자는 3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모스트라 콘베뇨 엑스포 2026'에서 히트펌프 신제품을 선보이며 유럽 시장 공략에 나섰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히트펌프는 단순히 전원을 연결해 사용하는 가전제품이 아니라 건물 전체의 난방·온수 시스템을 종합적으로 설계해야 하는 설비"라며 "건물 구조와 기후 환경, 사용 패턴에 따라 최적 설계 방식이 달라지는 만큼 다양한 설치 사례와 운영 경험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향후 경쟁력을 가르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