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는 달리는 성능을 높이기 위해 점점 더 많은 전력을 빠르고 정밀하게 쓰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전기가 빠르게 흐르고 끊기는 과정에서 시스템이 흔들리거나 오작동할 위험도 함께 커지고 있다. 효율을 높이는 기술이 오히려 안정성 문제를 새롭게 만들고 있는 셈이다. 이런 전기차 전력 제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전력을 더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다루는 기술을 개발하는 한양대 교원 창업 딥테크 기업 하이퍼칩스가 전기차 전력 시스템의 해법을 제시하겠다고 나섰다. 하이퍼칩스는 전력 변환 시스템과 차세대 전력 반도체 설계를 핵심 사업으로 하는 스타트업이다. 김래영 대표는 효성중공업과 텍사스인스트로먼트 등에서 전력전자와 반도체를 연구한 뒤 2010년 한양대 교수로 부임했으며, 연구 성과를 산업에 적용하기 위해 2025년 회사를 설립했다.
최근 전기차, AI 데이터센터,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전력 사용량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이를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다루는 데에는 기술적 한계가 있다. 차세대 전력반도체 도입으로 전기를 켜고 끄는 속도는 훨씬 빨라졌고, 효율도 좋아졌다. 하지만 전압과 전류가 급격히 변하면서 오히려 시스템 전체의 안정성이 떨어지는 새로운 문제가 생겼다. 특히 산업 현장에서는 노이즈까지 더해져 장비 오작동이나 손상 위험이 커졌다.
하이퍼칩스는 이런 문제를 '스마트 파워 IC'라는 반도체 기술로 해결하겠다는 전략이다. 전기 흐름을 더 빠르고 정밀하게 제어해 효율과 안정성을 동시에 높이는 것이 목표다. 김 대표는 "AI와 전기차 확산으로 전력 효율과 전력시스템 신뢰성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앞으로는 전기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낭비 없이 쓰느냐가 산업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데이터센터와 전기차는 효율이 1%만 개선돼도 수천억원 규모의 전기요금 절감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회사의 사업 모델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디자인 핏 솔루션'으로 불리는 AI 기반 전력 변환 설계·검증 플랫폼이다. 디지털트윈 기술을 활용해 실제 장비를 컴퓨터 안에 그대로 구현하고, 다양한 조건에서 설계·검증·최적화를 동시에 테스트할 수 있다. 이를 활용하면 전기차나 ESS 개발 과정에서 1년 넘게 걸리던 테스트 기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극한 온도나 과부하 같은 현실에서 시험하기 어려운 상황도 시뮬레이션으로 확인할 수 있어 안정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데 유리하다. 회사는 국내 대기업 3곳과 이 솔루션에 대해 계약을 맺고 협력 중이며, 창업 1년 만에 12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다른 하나는 실제 전력 제어용 반도체인 스마트 파워 IC다. 회사는 '고속 단락 보호 IC'와 '능동 게이팅 파워 IC'를 통해 기존 전력 반도체의 한계를 보완하고 있다. 고속 단락 보호 IC는 과전류가 발생하는 순간 이를 즉각 감지해 차단함으로써 소자 손상을 막는, 자동차의 '에어백' 역할을 한다. 능동 게이팅 파워 IC는 실시간 제어로 스위칭 속도와 손실을 조절해 효율과 안정성의 균형을 맞추는, '스마트 크루즈' 같은 역할이다.
전력 반도체 시장은 새 기업이 진입하기 어려운 보수적 산업으로 꼽힌다. 작은 오류도 화재나 정전으로 이어질 수 있어 기업들은 검증된 기술만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한 번 채택된 부품은 수년간 유지되는 경우가 많아, 신생 기업이 실제 양산 단계까지 들어가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신뢰를 쌓아야 한다.
하이퍼칩스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디자인 핏 솔루션'과 '스마트 파워 IC' 상용화를 연계한 '넥스브릿지(NexBridge) 전략'을 내세웠다. 먼저 디지털 트윈 기반 설계·검증 시뮬레이션으로 고객사의 개발 과정에 참여해 기술력을 입증하고, 이후 자체 반도체를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방식이다. 두 사업을 분리하기보다 설계-검증-반도체로 이어지는 통합 구조로 접근해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는 전략이다. 김 대표는 "전력 효율 개선은 개별 기업을 넘어 국가 전체 전력 소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라며 "2031년까지 320억원 매출을 달성하고, 국가 전력기술에 해당하는 당사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2031년에는 초격차 기술특례상장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