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소비자를 대신해 상품을 추천하고 구매하는 흐름이 확산하면서 물류가 후방 지원에서 '전방 경쟁력'으로 이동하고 있다.
상품 주문 이후 배송을 담당하던 기능에서 벗어나 실시간 재고와 출고·배송 안정성이 상품 노출과 판매 성과를 좌우하는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판매자의 상품 보관·포장·출고·배송 등을 대신 수행하는 풀필먼트 서비스 '품고' 운영사 두핸즈는 경기도 이천시에 모듈형 자동화 물류 거점 'XFC 센터'를 개소했다. 많은 인력이 필요한 포장 단계를 자동화했고, 창고관리시스템(WMS)과 설비제어시스템(WCS)을 100% 자체 개발했다. 실시간으로 물동량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도 구축했다.
물류 투자 확대는 쇼핑 흐름 변화와 맞물려 있다. 기존에는 소비자가 직접 검색하고 가격과 상품평을 비교해 상품을 선택했다면, 최근에는 AI가 사용자의 취향과 구매 이력을 바탕으로 상품 추천은 물론 구매 과정에도 관여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아마존은 AI 쇼핑 어시스턴트 '루푸스(Rufus)'를 올해 2억5000만명 이상이 사용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네이버가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에 AI 기반 쇼핑 추천 기능을 적용해 상품 비교와 개인화 추천을 강화하고 있다. 카카오는 카카오톡과 선물하기와 연계해 대화 도중 상품 추천부터 결제까지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시장에서는 AI가 쇼핑 과정에 깊숙이 개입할수록 재고 가용성과 출고 속도, 배송 안정성 같은 물류 경쟁력 중요성도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AI가 물류 데이터를 구매 결정에 반영할 경우 물류 인프라 수준이 판매 성과를 좌우하는 변수로 떠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 광고 노출과 마케팅 중심 경쟁에서 나아가 구조화된 상품 데이터와 배송 신뢰도를 갖춘 자사몰 경쟁력도 부각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소비와 배송 생태계가 변곡점을 맞으면서 AI 기반 물류 플랫폼 구축 경쟁도 이어지고 있다. 위킵은 자체 개발한 AI 기반 솔루션으로 수요 예측 기능과 자동 입고신청 시스템을 구축했다. 파스토 역시 AI로 운영 시스템을 고도화해 자동 출고, 재고 관리 등으로 물류 역량을 강화했다.
박찬재 품고 대표는 "이커머스 물류에서 빠른 속도는 당연시됐다"며 "물류 원가 절감은 물론 급변하는 시장 변화 속에서 효율적인 운영 방식과 AI 기반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갖춘 곳이 업계를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AI가 재고·배송 데이터를 실제 구매 판단 기준으로 삼는 단계는 아직 실현되지 않은 만큼 신중론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AI 쇼핑 서비스는 상품 추천과 탐색 보조 중심인 경우가 많다"며 "소비자가 최종 구매 결정을 내릴 때까지 물류 데이터가 가격이나 브랜드 인지도만큼 영향력을 갖게 될지는 검증이 필요한 단계"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