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인구 감소라는 구조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정부는 '스터디 코리아 300K'를 내걸며 유학생 30만명 유치를 추진 중이지만, 정작 현장의 체감 온도는 높지 않다. 어렵게 유치한 인재들이 언어 장벽과 조직 부적응을 넘지 못하고 다시 떠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2024년 11월 설립된 에듀테크 스타트업 스텔업은 이 문제의 해답을 '한국어 교육의 고도화'에서 찾았다.
최근 조선비즈와 만난 오민지 스텔업 대표는 "이제는 여행 목적의 한국어 1.0 시대를 지나 취업과 장기 정착을 위한 '한국어 교육 2.0' 시대가 왔다"며 "외국인의 취업과 정착을 좌우하는 실무 한국어 인프라가 국가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텔업은 외국인 구직자와 재직자를 대상으로 실무 중심 한국어 교육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표 서비스는 모바일 기반 학습 플랫폼 '한글링'으로, 직무 상황별 대화 표현과 모의 면접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실제 취업 준비와 현장 적응을 동시에 지원한다.
현재 누적 학습자는 약 1만명 수준이며 기업과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협업도 확대되고 있다. 오 대표는 "시간과 장소 제약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앱 기반 교육 서비스라는 점에서 특히 지방 산업 현장 근로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스텔업의 목표는 외국인 인력이 직무에 적응하기까지 걸리는 평균 6개월의 시간을 1~2개월 수준으로 단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산업 현장의 실제 음성을 녹음, 사용 빈도가 높은 표현을 선별해 '표준 실무 표현'도 구축할 계획이다.
사무직을 위한 특화 교육도 준비 중이다. 외국인에게 생소한 한글(HWP) 프로그램 사용법부터 한국식 영업 및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방식까지 실무 역량 전반을 다룬다. 북미·유럽권 인재들이 일본이나 중국이 아닌 한국을 선택하도록 만드는 '소프트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오 대표는 "한국 사회가 외국인을 단순히 험한 일을 하는 인력으로만 인식한다면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로 나아가기 어렵다"며 "화이트 칼라 인재들이 한국을 선택할 수 있도록 교육 인프라도 함께 구축돼야 한다"고 했다.
현재 스텔업의 주요 수익 모델은 기업·기관 전용 서비스다. 수협중앙회와의 협업이 한 예다. 오 대표는 "해상에서는 언어 소통 실패가 곧 인명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수협의 기존 교육 자료를 디지털화해 어업 현장 특화 콘텐츠로 재구성했다"고 설명했다.
기업은 관리자 페이지를 통해 외국인 직원의 학습 성취도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보이스피싱 예방 공지나 안전 수칙 등을 일괄 발송하는 인사 관리 플랫폼으로도 스텔업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다.
오 대표는 "기업 입장에서는 외국인을 채용했다가 소통 부재로 만족도가 낮아지면 다시는 외국인 채용을 시도하지 않게 된다"며 "스텔업은 이런 위험을 줄여 외국인 채용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다양한 국적과 수준의 학습자를 동시에 지원할 수 있는 배경에는 인공지능(AI) 기술이 있다. 스텔업은 특히 국적별 발화 데이터 수집에 집중하고 있다.
일본·중국·베트남 등 주요 국가 학습자들은 한국어 발음과 오류 패턴이 서로 다르다. 스텔업의 AI는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자의 취약 지점을 분석해 커리큘럼을 실시간으로 조정한다. 학습자가 틀린 표현을 기억했다가 유사 문장으로 변형해 다시 테스트하는 검증 시스템도 갖췄다. 두세 번의 검증을 통과해야 '습득'으로 판단하는 방식이다.
스텔업은 축적한 데이터 자산을 기반으로 '비즈니스 한국어 자격증' 사업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민간 자격증 발급 허가를 취득했으며 우선 베트남 출신 학습자를 대상으로 실증 작업(PoC)을 준비 중이다.
장기적으로는 정착 지원 플랫폼으로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오 대표는 "한국의 외국인 인재 정책은 여전히 수치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입사 이후 겪는 고립감과 부적응 문제는 상대적으로 방치되고 있다"고 이유를 밝혔다.
그는 "정부가 거시적인 정책을 설계한다면 현장에서 외국인의 목소리를 가장 가까이 듣는 에듀테크 기업들이 실질적인 적응 지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스텔업은 현재 시드 투자 유치를 진행 중이다. 초기 시장성을 확인한 만큼 기술 고도화와 시장 확장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궁극적으로는 전략적 인수합병(M&A)을 통한 시너지 창출에 무게를 두고 있다. 비자·통신·채용 등 외국인 정착 관련 서비스와 결합해 하나의 외국인 정착 밸류체인을 완성하는 것이 그의 구상이다.
오 대표는 "2030년까지 '한국어 준비는 한글링'이라는 인식이 생기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며 "10년 뒤 대한민국이 진정한 다양성을 갖춘 사회로 나아가는 데 기여하는 기업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