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창업 프로그램을 앞세워 저변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과거 투자 계약 과정에서 발생한 창업자 개인 책임이 재도전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는 금융권 규제를 받지 않는다면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과거 창업 이력으로 발생한 책임이 재도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모두의 창업' 로고.

20일 스타트업 업계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최근 대법원 제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신한캐피탈이 하진우 어반베이스 대표를 상대로 낸 약정금 청구 소송에서 상고를 기각하고 하 대표가 신한캐피탈에 약 13억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확정했다.

프롭테크 스타트업 어반베이스는 시장 위축과 코스닥 상장 지연 등이 겹치며 2023년 말 기업 회생 절차에 돌입했다.

초기 투자사였던 신한캐피탈은 최대 주주인 하 대표가 이해관계인 자격으로 투자 계약서에 직접 서명한 점을 토대로 상환전환우선주(RCPS)에 대한 주식 매수 청구권을 행사했다. RCPS는 투자자가 일정 조건에서 주식을 보통주로 바꾸거나 투자금을 다시 돌려받을 수 있는 권리가 붙은 우선주다.

계약서에는 회생 절차가 개시될 경우 투자 원금 5억원에 연 복리 15%를 더한 금액을 대표 개인에게 청구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1·2심 법원은 귀책 사유 유무와 관계없이 이해관계인으로 서명한 사실만으로 계약상 주식매수대금 지급 의무가 발생한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 이후 업계의 관심은 창업자 연대책임 성격의 투자계약상 개인 책임이 중소벤처기업부 사업 '모두의 창업' 참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로 쏠렸다. 모두의 창업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창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국가가 지원하는 창업 인재 육성 프로젝트로, 금융기관 등으로부터 채무불이행으로 규제를 받으면 신청 자격에 제한된다.

중기부는 당장 상환해야 하는 자금이 있더라도 법적 추심·강제집행이나 장기 연체 등으로 금융권 규제를 받는 상태가 아니라면 모두의 창업 절차를 밟을 수 있다는 견해다. 그러나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절차 진행 중에도 채무 문제가 현실화할 경우 참여 자격 유지 여부가 변수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창업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연대책임 금지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지만 관련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은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금융위원회도 개인 창업자 연대책임 금지를 주지시키고 관련 관행을 지양하겠다고 밝혔으나 현장에선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재창업을 장려한다면서도 과거 투자 계약에서 발생한 개인 책임이 계속 따라붙는다면 창업자 입장에서는 다시 도전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실패 경험이 있는 창업자일수록 제도 접근성이 더 좁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 대표는 현재 약 13억원 규모로 커진 채무를 상환할 여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한캐피탈은 법원 최종 판단이 이제 나온 만큼, 하 대표의 상환 이행 여부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과거 계약도 이행돼야 한다는 견해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기부 관계자는 "모두의 창업이 본격화하는 과정에서 구체적인 사례가 발생하면 그에 맞춰 대응 방향을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