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의학의 눈부신 발전 뒤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장면이 있다. 살아있는 투구게 수천 마리를 틀에 묶고 심장에 바늘을 꽂아 '파란 피'를 뽑아내는 모습이다.

우리가 매일 맞는 백신, 항체치료제부터 필러, 보톡스, 체내 이식형 의료기기까지 인체에 들어가는 거의 모든 제품의 안전성을 검사하는 핵심 원료 'LAL(Limulus Amebocyte Lysate)'은 바로 이 투구게의 혈액에서 나온다. 투구게가 멸종하면 전 세계 의약품 생산 체계가 마비될 수 있다는 말이 과언이 아닌 이유다.

조건식 셀위버스 대표. /박수현 기자

최근 서울 구로구 연구소에서 조선비즈와 만난 셀위버스의 조건식 대표는 이 장면이 "인류 생존의 불안한 의존"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반도체 산업에 희토류 공급망 리스크가 있다면 바이오 산업에는 특정 동물에 의존하는 원료 공급 병목 현상이 존재한다"며 "셀위버스는 세포 배양 기술을 통해 바이오 원료 공급 체계를 새롭게 설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시장에는 유전자재조합(rFC) 등 투구게 채혈을 대체할 기술이 이미 상용화돼 있다. 그러나 제약·의료기기 업계의 채택 속도는 제한적인 상황이다.

기존 방식과 성분과 작동 기전이 달라 이를 적용하려면 신약 개발 공정 전반에 대한 추가 검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시간과 비용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셀위버스는 투구게에서 세포를 추출해 배양하는 새로운 접근을 택했다. 이른바 'C-LAL(Cell-based LAL)'이다. 조 대표는 "투구게 혈액 성분과 독소(엔도톡신) 검출 기전을 그대로 유지하기 때문에 공정 변경 없이 도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같은 이유로 규제 대응도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조 대표는 "동물 복지 규제가 가장 엄격한 유럽 시장을 우선 공략할 계획"이라고 했다.

셀위버스는 해양 수산생물 전문가를 영입해 세포 추출용 투구게를 관리하고 있다./박수현 기자

C-LAL은 기존 방식이 안고 있던 '품질 변동성' 문제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조 대표는 "투구게는 개체마다 독소 반응 민감도가 다르고 같은 개체라도 채취 시기에 따라 반응성이 달라질 수 있다"며 "현재는 여러 개체의 혈액을 혼합해 평균값을 맞추는 방식이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셀위버스는 반응성이 우수한 세포만을 선별해 세포주(Cell line)로 확립했다. 이후 동일 세포주를 배양해 원료를 생산하기 때문에 연중 일정한 민감도를 유지하는 표준화된 제품 공급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조 대표는 "국가독성과학연구소 평가에서도 상용 검사 키트와 동등 이상의 민감도를 확인했다"며 "과거에는 세포주가 빠르게 사멸한다는 한계가 있었지만 최근 안정화 및 배양 공정 기술이 발전하면서 상업화가 가능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현재 전 세계 엔도톡신 검사 시장은 약 4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투구게 혈액 1리터 가격이 약 2000만원에 이르지만 포획 제한 등으로 공급 확대에 제약이 있는 상황이다.

조 대표는 "세포 배양 기반 대량 생산 체계가 구축되면 시장 규모는 2~3배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며 "10년 내 전체 시장의 약 40% 점유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셀위버스는 2027년 C-LAL 상용화를 위해 프랑스 체외진단기업 비오메리으 등과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2028년부터는 원료 공급을 넘어 엔도톡신 검사 키트 개발 및 판매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셀위버스 연구소 내 세포배양실./박수현 기자

셀위버스는 추가 파이프라인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회사는 혈액 항응고제 '헤파린'의 원료도 세포로 배양한다는 구상이다.

헤파린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필수의약품으로 전 세계 공급량의 약 90%가 돼지 유래 원료에 의존하고 있다. 다만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등 가축 질병이 확산될 때마다 원료 가격이 크게 변동하는 구조적 불안정성이 지적돼 왔다.

조 대표는 "헤파린을 생산하는 마스트 세포(Mast cell)주 2종을 확보했다"며 "네덜란드 신약 개발사 마티스파마슈티컬스와 비밀유지계약(NDA)을 체결했고 현재 물질이전계약(MTA)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생산 전략도 구체화하고 있다. 조 대표는 "본사가 위치한 경북 포항에 전용 생산시설 구축을 추진 중이며 최근 관련 계획서를 지자체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향후 C-LAL 원료와 엔도톡신 검사 키트를 비롯한 주요 파이프라인 생산을 담당하는 핵심 거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그는 "2030년 매출액 1000억원 이상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이를 기반으로 기업공개(IPO)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한 글로벌 인수합병(M&A)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라고 말했다. 셀위버스는 현재 프리 시리즈 A 투자 유치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