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화 상태로 여겨진 정수기 시장에 중견기업의 진출이 잇따르고 있다. 경기 변동에 민감한 계절 가전 중심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반복 매출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다. 소비자와의 분쟁 등 위기 관리가 이뤄지면 현금 흐름 사업으로 안착시킬 수 있다는 판단도 있다.

코웨이 아이콘 정수기./코웨이 제공

12일 중견기업 업계에 따르면 생활 가전 기업 위닉스(044340)는 신제품 '컴팩트 얼음 정수기'를 출시한다. 공기청정기, 제습기, 창문형 에어컨 등 계절 가전에 이어 정수기로 제품군을 확대하려는 시도다.

현재 정수기 시장은 국내 점유율 1위인 코웨이(021240)를 비롯해 LG전자(066570), SK인텔릭스, 쿠쿠홈시스(284740) 등이 경쟁하고 있다.

국내 정수기 시장은 렌털(대여) 중심 구조가 정착되며 안정적인 수익성을 확보한 생활 가전 분야로 꼽힌다. 가입자를 확보하면 반복 매출이 발생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현금 흐름 사업 성격도 강하다.

국내 정수기 보급률은 이미 높은 수준에 도달했지만, 얼음 정수기나 프리미엄 제품 중심으로 교체 수요가 존재한다. 핵심 부품 공급망이 형성돼 있어 위닉스처럼 자체 브랜드와 유통망 등을 확보하면 제품 출시도 어렵지 않다.

최근 기업들은 온수 조절 기능이나 향상된 제빙 성능을 내세운 프리미엄 제품을 선보이며 수익성 강화에 나서고 있다.

업계 1위 코웨이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정수기 평균 판매 단가는 최근 3년간 약 110만~123만원 수준이다. 코웨이 전체 영업이익률 약 15%를 토대로 추산하면 정수기 1대당 렌털 계약 기간(5년) 전체 기준 영업이익은 약 35만~50만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코웨이는 정수기를 비롯해 공기청정기, 비데 등 렌털 사업에서만 지난해 전체 매출의 90.9%에 해당하는 약 4조5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SK매직 정수기 광고모델 변우석./SK인텔릭스 제공

업계에서는 시장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반복 매출 구조와 교체 수요로 정수기를 실적 개선 동력으로 보고 있다.

생활 가전 기업 파세코(037070)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제조업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정수기를 생산하면서 2023년 약 205억원에 불과했던 생산실적을 지난해 약 745억원으로 크게 늘렸다. 정수기 생산 규모를 확대하면서 지난해 흑자를 기록해 2년간 이어지던 적자 흐름에서 벗어났다.

사업보고서를 토대로 납품 단가를 역산하면 약 50만~70만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일반적인 생활 가전 OEM 수익 구조를 고려하면 대당 매출 이익은 약 7만~10만원 안팎으로 추산되지만, 대량 생산을 통한 물량 확대가 경쟁력으로 꼽힌다.

많은 생활 가전 기업이 정수기 시장에 뛰어들면서 향후에는 소비자 분쟁 대응과 서비스 품질 유지 역량이 시장 판도를 가를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에는 의무 사용 기간 종료 이후 제품 철거비나 잔여 비용 청구 등을 둘러싼 소비자 분쟁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필터 교체와 위생 관리 등 사후 관리 서비스 품질도 중요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수기 시장은 이미 교체 수요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어 단순 판매·가입자 확대만으로는 사업을 키우기 어려운 구조"라며 "장기간 고객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만큼, 서비스 품질이나 해지 절차 관련 불만이 누적되지 않도록 브랜드 신뢰도와 유지 관리 역량을 갖춘 기업을 중심으로 경쟁 구도가 굳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