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에서 드론이 '게임체인저'로 부상했지만, 한국의 국방 드론 경쟁력은 여전히 선도국 대비 뒤처져 있다. 국방기술진흥연구소의 국가별 국방과학기술 수준 조사(2024년)에 따르면, 한국은 공중무인체계(드론) 분야에서 8위를 기록했다. 미국이 압도적인 1위이고, 이스라엘, 중국, 프랑스, 독일, 영국, 러시아가 뒤를 이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실전 운용을 통해 전훈을 축적하고, 이를 기반으로 운용·개량·연구개발을 반복하며 경쟁력을 강화해 왔다. 중국은 세계 상용 드론 시장에서 70% 이상의 점유율을 바탕으로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 저비용·고효율 대량생산과 적극적인 기술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한국은 항공기·전차 등 기존 무기체계 중심의 개발·획득 시스템에 머물러 있어, 빠르게 변화하는 드론 전장 환경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조선비즈는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국내 방산 드론 산업 생태계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정책·산업·학계 전문가 3인을 만났다. 육군 소장 출신으로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인 임종득 국민의힘 의원, 국내 방산기업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김지홍 미래융합기술원장, 카이스트(KAIST) 방산 드론 특화 개발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윤용진 기계공학과 교수에게 한국 국방 드론의 현주소와 경쟁력 강화 방안을 물었다.
전문가들은 "드론 세계 8위라는 순위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구조적 격차가 더 커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항공기·전차 중심으로 설계된 현행 전력화 체계에 드론 특성에 맞는 개발·획득 시스템을 접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우리 군은 모든 요구 성능을 한 번에 충족하는 '일괄 검증 방식'을 적용하고 있어 드론 개발에 오랜 기간이 소요되는 구조다. 반면 해외는 일부 미비점을 허용한 채 신속히 배치한 뒤 운용 과정에서 개선하는 '진화적 개발'을 채택하고 있다.
예산과 수요 구조도 한계로 지목됐다. 방산업 특성상 국방 드론은 정부가 사실상 유일한 수요처지만, 관련 예산은 충분하지 않다. 올해 방위력개선사업비 19조9653억원 가운데 드론 사업비는 1484억원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구조로는 방산 드론 산업 생태계 조성에 한계가 있다"며 "드론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정책과 예산을 통해 시장과 산업 기반을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최근 전장에서 드론이 핵심 전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임종득 국민의힘 의원(이하 임종득) "최근 전쟁에서 수백만원 수준의 드론이 수십억원대 전차 등을 무력화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전장이 유무인 복합체계 중심으로 재편되고, 드론을 얼마나 빠르고 효율적으로 운용하느냐가 승패를 좌우할 것이다."
윤용진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교수(이하 윤용진) "현재는 고가 무기체계와 저가 드론 간 비용 구조가 완전히 역전된 상황이다. 무기를 얼마나 저렴하게, 대량으로, 신속하게 투입해 소모 가능하게 운용할 수 있는지가 핵심 요소가 되고 있다. 특히 AI와 결합된 드론은 '탐지–판단–타격'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수행하며, 지휘체계를 자동화·자율화된 구조로 전환시키고 있다."
―한국의 국방 드론의 경쟁력 수준은.
임종득 "국방기술진흥연구소에 따르면, 한국은 드론 분야에서 일정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했지만 선도국과의 격차는 여전히 크고 정체된 상태다. 순위는 8위지만, 중요한 것은 순위가 아니라 실전 기반 기술 축적과 산업화 등 기술 격차 자체다. 미국이 압도적인 1위이며 이스라엘, 중국, 프랑스, 독일, 영국, 러시아가 뒤를 잇고 있다.
특히 미국과 이스라엘은 실전 운용을 통해 전훈을 축적하고 이를 바탕으로 운용·개량·연구개발을 반복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크다. 중국은 상용 드론 시장에서 70% 이상의 점유율을 기반으로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 저비용·고효율 대량생산과 적극적인 기술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김지홍 KAI 미래융합기술원장(이하 김지홍) "사실 한국은 국방 드론 분야에서 비교적 빠른 전력화를 이룬 국가다. KAI가 1990년대 개발한 군단무인기 '송골매'는 2002년 전력화 이후 약 25년간 안정적으로 운용되며 초기 시장 진입에 성공했다. 그러나 현재는 중국은 물론 튀르키예와 이란 등 후발주자에도 뒤처진 상황이다. 이러한 격차가 발생한 원인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반성이 필요하다. 특히 소형 드론 분야에서는 중국 기업들이 대량생산과 가격 경쟁력, 글로벌 수출시장을 바탕으로 규모의 경제를 구축했지만, 한국은 아직 그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
―상용 드론 시장이 중국 기업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공급망 의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윤용진 "카이스트 방산 드론 특화 개발연구소의 주요 과제 중 하나가 드론 국산화다. 초소형 첨단 드론을 개발할 수 있는 국내 기업을 찾으려 했지만 선택지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현재 핵심 부품은 사실상 중국 의존 구조이고, 이로 인해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경쟁력까지 영향받고 있다. 자체 분석으로는 한국 방산 드론 경쟁력이 선도국 대비 약 8년 정도 격차가 있다."
김지홍 "KAI도 소모성 드론을 개발하고 있지만 엔진 등 주요 부품은 중국 부품을 배제하고 있다. 그 결과 품질과 가격 통제 측면에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국산화가 필요하지만 시장 규모가 작아 기업이 적극적으로 투자하기 어려운 구조다."
임종득 "드론은 센서와 통신에 의존하는 원격 무인체계이기 때문에 안보 측면에서 구조적인 취약성을 안고 있다. 핵심 부품을 해외에 의존할 경우 작전 통제와 정보 보안 문제로 직결될 수 있는 만큼, 비용이 들더라도 국산화는 반드시 추진해야 할 과제다."
―한국 드론 산업의 강점도 있을 텐데.
윤용진 "탄탄한 제조업 기반과 IT 인프라다. 특히 통신 기술과 반도체 역량, 빠른 개발·개선 속도는 드론 산업에서 핵심 경쟁력이다. 이러한 기반은 드론의 네트워크화와 자율화 측면에서 중요한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국가 차원의 전략적 투자와 지원이 병행된다면 단기간 내 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김지홍 "KAI와 같은 선도 기업들은 미국 '리퍼'급과 같은 고급 기종을 개발할 수 있는 기술력이 있다. 저가형 드론 역시 기술적으로는 구현이 가능하지만, 아직 시장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아 사업성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국내 드론 시장 형성이 중요한 상황에서, 방산업 특성상 정부가 사실상 유일한 수요처다. 관련 예산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종득 "드론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정책과 예산을 통해 산업 생태계를 설계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2026년 방위력개선비 19조9653억원 가운데 방위사업청의 드론 개발·획득 사업비는 1484억원에 불과해 비중이 매우 낮은 수준이다. 그마저도 정찰·감시 중심으로 편성돼 있어 최근 전장 흐름에 맞는 공격형 드론 투자는 제한적이다. 드론은 기술 변화 속도가 빠른 분야인데, 현재의 예산 규모와 전력화 계획은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기업 참여를 유도하고 수요를 창출하기에는 지금 수준으로는 부족하다."
―현 국방 드론 개발, 획득 시스템에 대한 한계도 지적된다.
임종득 "현행 전력화 체계는 중장기 획득 구조를 전제로 설계돼 있어 소요 제기부터 연구개발, 시험평가, 전력화까지 길게는 10년이 걸린다. 이러한 방식은 항공기나 전차 같은 고가·장기 운용 체계에는 적합하지만, 기술 변화 속도가 빠르고 단기간에 성능이 진화하는 드론 분야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김지홍 "소요부터 전력화까지 전반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 군은 모든 요구 성능을 한 번에 충족해야 하는 '일괄 검증 방식'을 적용하고 있지만, 해외는 일부 미비점을 허용하고 신속히 배치한 뒤 개선하는 '진화적 개발'을 채택하고 있다. 예를 들어 우크라이나군이 운용한 튀르키예 공격용 무인기 '바이락타르 TB2'는 수개월간 10회 이내 비행시험 후 전력화된 반면, 우리는 다년간 200회 이상의 시험에도 불구하고 사업이 중단된 사례가 있다. 이런 구조로는 드론 분야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윤용진 "드론 개발의 글로벌 흐름은 이미 수개월 단위의 신속 개발로 전환되고 있다. 미국 국방부의 '스카이 파운드리(SkyFoundry)' 프로그램은 이러한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저가 소모형 드론을 빠르게 생산·투입하고 운용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성능을 개선하는 구조를 지향한다. 특히 설계·제조·배치를 디지털 네트워크로 연결하고, 군과 민간 기업, 스타트업, 연구기관을 하나의 생태계로 묶어 신속한 전력화를 구현하는 점이 핵심이다."
윤용진 교수는 록히드마틴, JP모건이 투자한 미국 드론 스타트업 파이어스톰랩(Firestorm Labs)의 시스템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파이어스톰랩은 전장에서도 바로 드론을 제작할 수 있는 이동식 3D 프린팅 공장을 통해, 소모형 미니 드론을 현장에서 대량 생산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며 "기본 플랫폼을 표준화해 공격형·정찰형 등 임무에 맞게 즉각 개조할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K방산이 세계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드론을 기존 무기체계와 결합한 '패키지' 수출 전략은.
김지홍 "현재 K방산이 경쟁력을 갖는 이유는 오랜 기간 개발한 무기체계를 우리 군이 실제로 운용하며 축적한 경험이 해외 시장에서 신뢰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드론 분야는 이러한 운용 경험과 체계가 부족하다. 전략적으로 드론을 별도의 독립 시장으로 보기보다 기존 K방산 체계와 결합한 '패키지' 형태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전장이 유무인 복합체계로 전환되는 만큼 전체 설루션 관점에서 여전히 기회가 있다."
―정부가 드론·무인기 작전을 전담하는 드론작전사령부를 개편하고, 각 군 중심 운용 체계를 논의하고 있다.
임종득 "정부는 2023년 드론작전사령부를 창설해 드론을 단순 감시·정찰 수단이 아닌 정찰·타격·전자전을 아우르는 합동 전투전력으로 격상시켰다. 이후 민관군 합동위원회에서 해체 권고가 있었지만, 국방부는 해체 대신 개편으로 방향을 잡았다. 현재 국방부는 작전 임무를 각 군에 분산하고, 드론작전사령부를 개념 발전과 신속획득, 민군 협력을 담당하는 전담 조직으로 재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각 군 중심 체계로 전환할 경우, 각 군이 드론 구매와 예산 확보, 성능 개량에서 자율성을 확대하고, 임무 특성에 맞게 운용할 수 있도록 충분한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가 '50만 드론전사' 양성 계획도 추진 중이다.
임종득 "정부는 올해 육군 1만1000여 대, 해병대 80여 대, 예비군용 110여 대 도입을 목표로 하고, 관련 예산도 약 333억원 수준으로 편성했다. 수요 확대를 통한 산업 생태계 조성 효과는 있지만, 교육·훈련과 산업 정책의 목적이 혼재된 측면이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에서 해당 사업 예산을 심사한 결과, 중국산 부품을 활용한 드론은 도입단가가 대당 약 170만원 수준이었지만 국산 부품을 적용할 경우 290만원 이상으로 상승해 단가 부담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 과정에서의 파손 문제까지 고려하면, 교육·훈련은 저가 소모형 드론 중심으로 실전 숙달을 강화하고, 산업 정책은 별도의 생태계로 분리해 설계할 필요가 있다. 단기간에 운용 능력을 확보할 수 있는 교육 체계도 구축해야 한다."
윤용진 "현재 드론 단가가 높아 병사들이 운용 중 장비를 손상시키면 훈련 자체에 큰 부담이 되는 구조다.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산업 생태계를 함께 구축해야 한다. 소모성 저가형 드론을 기반으로 해야 반복 훈련이 가능하고 숙련도를 높일 수 있다. 또한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통해 충분히 숙달한 뒤 실제 드론을 운용하는 방식이 효과적이고, 비용과 사고 위험을 동시에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