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코스피 이차전지 대장주로 불리며 시가총액 10조원에 육박했던 금양(001570)이 상장폐지 절차의 마지막 관문에 섰다. 한국거래소는 오는 5월 26일까지 상장공시위원회를 열어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이번 심의는 2024년과 2025년 사업연도 감사의견 거절 사유를 병합해 판단한다. 신한회계법인은 최근 감사의견 거절 사유로 계속기업 불확실성, 감사절차 제약, 전기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범위 제한을 제시했다.
감사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재무제표의 정확성을 확인할 수 없다는 의미다. 2년 연속일 경우 과거 수치까지 신뢰하기 어려워지면서 재무정보 전반의 신뢰도가 낮아진다.
금양은 1978년 설립돼 발포제와 정밀화학 사업을 기반으로 성장했으며, 2020년대 들어 이차전지 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했다. 그러나 자금 조달이 차질을 빚으며 재무 부담이 확대됐다.
2024년 45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했지만 금융당국 정정 요구와 주가 하락으로 2025년 초 철회됐다. 이 과정에서 공시 번복으로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고, 누계 벌점이 15점을 넘어서며 관리종목으로 편입됐다. 이후 매매거래가 정지됐다.
◇자산 경매·압류로 번진 유동성 위기…자금조달 차질
금양의 재무 구조에서 가장 먼저 확인되는 것은 유동성 위기다. 쉽게 말해, 단기간에 현금화할 수 있는 돈보다 당장 갚아야 할 부채가 훨씬 많은 상태다. 2025년 말 기준 유동자산은 779억원, 유동부채는 6491억원이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63억원으로 전기 200억원에서 급감했다. 이 중 62억원은 채무 관련 압류로 사용이 제한돼 사실상 가용 현금은 거의 없는 수준이다. 반면 1년 내 상환해야 할 이자부차입금은 2288억원이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2023년 149억원에서 2024년 -203억원, 2025년 -432억원으로 악화됐다.
추가 자금 조달 여력도 제한적이다. 유형자산이 부산은행, 한국산업은행, 농업상업은행, 중국건설은행, 중국은행 등에 복수 담보로 묶여 있다. 잔여 약정 규모는 4574억원이다.
이 같은 유동성 압박은 실제 자산 집행과 채권 회수로 이어지고 있다.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은 4월 17일 금양 소유 부산 기장군 장안읍 소재 부지에 대해 경매절차 개시 결정을 내렸다. 해당 부지는 이차전지 공장 부지로, 공사대금 미지급에 따른 시공사의 신청에 따른 것이다.
금융권 대응도 강화되고 있다. 부산은행은 약 1379억원 규모 채권에 대해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인용했다. 이에 따라 해당 채권은 사실상 처분이 제한된 상태다.
외부 자금 조달도 지연되고 있다. 회사는 405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추진 중이지만 납입일이 여러 차례 미뤄졌다. 최근 정정 공시 기준 납입일은 6월 30일, 상장 예정일은 7월 21일이다.
◇공장 중단·광산 자본잠식…투자 손실 누적
핵심인 이차전지 사업은 2025년 기준 매출 3억원, 영업손실 450억원을 기록했다. 부산 드림팩토리1은 가동률 10.7%에 그쳤다. 대규모 생산을 위해 짓던 기장 공장은 공사 대금 부족으로 건설이 중단됐다. 전체 유형자산 가운데 건설중인자산이 7191억원으로 69%를 차지한다.
회사는 2024년 미국 나노테크에너지와 2025~2030년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4605억원으로 2023년 연결 매출의 302.9% 수준에 달한다. 다만 해당 계약은 기장 공장 준공 이후 생산이 전제되는 구조로, 공장 지연에 따라 납기 일정도 조정됐다.
자원개발 부문은 매출 없이 39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몽골 광산 법인은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는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광업권은 전기에 854억원 손상차손을 인식한 데 이어 당기에도 추가 상각이 이어졌다.
본업인 발포제 사업은 2025년에도 흑자를 유지했다. 영업이익은 약 50억원이다. 다만 이차전지와 자원개발 부문의 손실이 이를 상쇄하고 남는다.
전체 매출은 2024년 1537억원에서 2025년 1028억원으로 감소했다.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각각 447억원, 690억원으로 전년보다 줄었다. 구조 개선보다는 전년도 일회성 손실 기저 효과 영향이 크다. 2024년 순손실 1861억원의 상당 부분은 광업권 손상 854억원, 관계기업 지분법 손실 469억원 등 일회성 항목이었다.
◇부채 줄고 자본 늘었지만…희석된 기존 주주 지분
이자부차입금은 총 3149억원이다. 이 중 약 30%는 특수관계자 차입으로 구성돼 있다. 장기차입금에는 케이제이인터내셔날 578억원, 케이와이에코 103억원, 류광지 대표 개인 48억원 등이 포함돼 있으며, 단기차입금에도 류 대표 개인 명의 158억원이 존재한다.
케이제이인터내셔날과 케이와이에코는 최대주주 측과 관련된 법인으로, 대주주가 회사의 주요 채권자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구조다. 회사는 2024년 이러한 특수관계자 차입금 약 3000억원을 출자전환하며 부채를 자본으로 전환했다. 이 과정에서 부채는 줄었지만 새 주식이 늘어나 기존 주주의 지분은 희석됐다.
상장공시위원회에서 상장폐지가 결정될 경우 통상 3영업일 예고 후 7영업일 정리매매가 진행된다. 다만 법원 가처분이 제기될 경우 절차는 중단될 수 있다.
금양 소액주주들은 거래정지 기간의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금양의 소액주주 수는 23만5865명이며 전체 지분 중 72.31%를 차지한다.
금양 측은 관련 조선비즈 질의에 "현 시점에서 더 드릴 말씀이 없다"며 답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