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기업 삼천리(004690)가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중동전쟁 장기화에 따른 에너지 수급 불확실성과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이 맞물리면서 수익성과 사업 구조에 부담이 커졌다는 판단에서다.

22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삼천리는 이달 1일부터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했다.

삼천리는 한국가스공사로부터 공급받은 도시가스를 경기도와 인천 일대에 공급하는 도시가스 소매 사업을 핵심 비즈니스로 영위하고 있다. 이 사업은 지난해 기준 회사 전체 매출 5조2754억원 가운데 약 68%인 3조6207억원을 차지하는 주력 수익원이다.

서울 여의도 삼천리 본사. /삼천리 제공

삼천리가 비상경영에 나선 직접적인 배경은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확실성이다. 한국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아 전쟁 장기화 시 액화천연가스(LNG) 도입 가격 상승과 수급 불안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도시가스 원가 상승으로 이어져 삼천리의 수익성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정부의 에너지 정책 변화는 삼천리의 중장기 리스크다. 최근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현재 약 11% 수준에서 2030년까지 20% 이상으로 확대하는 '에너지 대전환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재생에너지 확대는 전력 생산 과정에서 LNG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도시가스는 천연가스를 기반으로 한 화석연료다. 연소 과정에서 이산화탄소(CO₂)를 배출하지만, 석탄이나 석유보다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적어 '저탄소 에너지'로 분류된다. 다만 재생에너지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탄소중립 정책이 강화될수록 도시가스 수요는 구조적으로 감소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적도 둔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삼천리는 지난해 매출 5조2754억원, 영업이익 1596억원을 기록했다. 2023년 매출 5조6640억원, 영업이익 1744억원과 비교해 각각 6.9%, 8.4% 감소했다. 매출과 이익이 동시에 줄며 수익성 둔화가 가시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천리는 비용 절감과 에너지 절약을 중심으로 한 비상경영에 착수했다. 최근에는 서울 여의도 본사 구내식당 이용을 적극 권장하는 등 고정비 절감에 나섰다.

한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삼천리가 중동발 에너지 수급 불안에 대응해 단기적으로는 비용 절감과 에너지 효율화 중심의 비상경영에 집중하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기화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사업 다각화와 친환경 포트폴리오 전환을 병행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