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역 긴장과 나프타 공급 차질로 플라스틱 포장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카페 업계의 부담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21일 서울 영등포구에서 중소벤처기업부와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 소상공인연합회 간 간담회가 열렸다. 현장에서는 한계에 다다랐다는 절박한 목소리가 나온 반면, 정부는 수급 개선 가능성에 무게를 두면서 양측의 온도차가 드러났다.

고장수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 이사장이 21일 서울 영등포구 한 카페에서 열린 중소벤처기업부, 소상공인연합회와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박수현 기자

이날 고장수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 이사장은 "일회용 컵, 빨대, 포장 용기 등 부자재 가격이 20%에서 많게는 50%까지 오른 상황"이라며 "물량 확보가 어렵다 보니 '지금 사는 게 가장 싸다'는 판단으로 6개월치, 많게는 1년치까지 선구매하는 사장님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나프타 공급 차질에 원두·물류비 상승까지 겹치면서 "팔면 팔수록 손해"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는 것이다.

배달용기뿐 아니라 용기에 부착하는 라벨지도 수급이 불안정해지면서, 일부 공급업체는 1인당 구매 수량을 제한하는 것으로도 전해졌다.

현장 사장들의 고충은 더 구체적이었다. 창업 8년 차의 한 카페 대표는 "오늘 주문하면 내일 받던 게 이제는 며칠씩 걸리고 수량도 정해져 있다"며 "가게 공간이 부족해 집이나 차, 심지어 가족 집까지 자재를 쌓아두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손님이 빨대 몇 개 더 달라 하면 드려야 하는데, 그게 다 비용"이라며 "종이컵 등 대체재를 알아봤지만 그 가격도 오른 건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여름철 아이스음료 수요 증가를 앞두고 부자재 사용량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또 다른 카페 대표는 "디저트 소포장 요청이 늘면서 자재 사용량이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며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병권 중소기업벤처부 제2차관이 21일 서울 영등포구 한 카페에서 열린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 소상공인연합회와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박수현 기자

이병권 중기부 제2차관은 "원자재 업체들과 협의한 결과 5월까지는 다소 어렵겠지만 6월부터는 수급 상황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라는 설명이 있었다"며 "장기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최선을 다해 수급을 원활히 하겠다"며 "믿고 기다려달라"고도 했다.

다만 선구매 확산에 대해서는 "창고에 쌓아두는 행위 자체가 가격 인상을 부추기는 것"이라며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는 경제적 어려움을 나누는 것이 모두의 고통을 최소화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생존을 위한 현장의 몸부림이 시장 교란 요인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측은 남은 음식 포장 시 100~200원의 추가 비용을 소비자에게 부과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고 이사장은 "기후에너지환경부에도 건의했더니 긍정적인 반응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차관은 "해외에서는 유사한 사례가 있지만 국내에서는 소비자 인식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현장에서는 현재 카페들이 비용 상승분을 흡수하며 가격 인상을 자제하고 있지만,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음료 가격과 배달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고 이사장은 "골목상권의 뿌리인 카페업계가 무너지지 않도록 제도적 지원과 안정적인 수급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중기부는 이번 중동 지역 불안 등 대외 변수로 경영 애로를 겪는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관련 지원 예산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소상공인 정책자금 1700억원과 신용보증기금 출연 예산 500억원을 편성했다.

중기부 측은 "소상공인의 제품과 서비스 개선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생활문화 혁신지원 사업 400억원도 신규 사업으로 반영했다"며 "해당 사업은 신메뉴 개발 및 서비스 고도화를 지원하는 내용으로 구성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