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가 출범 6개월 만에 6인 위원 체제를 갖추면서 공영홈쇼핑과 홈앤쇼핑의 T커머스 사업권 확보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의결 정족수 미달로 사실상 멈춰 있던 정책 논의가 재개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T커머스 채널 인허가 및 관련 정책 권한은 지난 2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방송·미디어·통신 정책을 총괄하는 방미통위로 이관됐다.

다만 실제 사업자 공모 절차가 본격화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방미통위에는 다른 현안들이 산적해 있어서다.

방미통위는 지난 10일 첫 전체회의를 열었으나 T커머스 채널 신설 안건은 의사 일정에 포함되지 않았다. 지상파 재허가, 케이블TV 재허가, 유료방송 재허가·재승인 기본계획, 기존 홈쇼핑·데이터홈쇼핑 사업자 재승인 심사 계획 등 기존 사업자 관리와 제도 정비 안건이 중심을 이뤘다.

방미통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구체적으로 정해진 정책 방향이 없다"고 밝혔다.

그래픽=손민균

◇수익성 악화·경영 공백 겹친 중기 홈쇼핑…T커머스에 돌파구 기대

공영홈쇼핑과 홈앤쇼핑은 최근 각각 이일용 대표와 권진미 대표를 선임하며 경영 체제를 재정비했다. 새 수장들의 당면 과제는 악화된 수익성 개선이다.

공영홈쇼핑은 지난해 영업이익 8억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매출총이익 대부분이 판관비로 소진되는 구조다. 홈앤쇼핑 역시 2022년 이후 매출과 영업이익이 매년 동반 감소하고 있다.

TV 시청 인구 감소와 송출 수수료 상승은 업계 전반의 구조적 부담 요인으로 지목된다. 한국TV홈쇼핑협회에 따르면 방송 매출액 대비 송출 수수료 비중은 2020년 54.2%에서 지난해 71%까지 올랐다.

중소상공인 제품 편성 비율을 준수해야 하는 양사의 구조적 특성도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다. 공영홈쇼핑은 취급 상품의 100%, 홈앤쇼핑은 80% 이상을 중소상공인 제품으로 채워야 한다.

기존 설비를 활용해 최소 2000억~3000억원 규모의 추가 매출을 기대할 수 있는 T커머스가 양사 모두에 현실적인 돌파구로 꼽히는 이유다. 현재 국내 홈쇼핑 사업자 가운데 T커머스 채널이 없는 곳은 공영홈쇼핑과 홈앤쇼핑 두 곳뿐이다.

두 회사는 장기간 경영 공백을 겪어온 만큼 신사업 확보를 통한 반등 필요성도 크다.

공영홈쇼핑은 정권 교체와 인사 지연 등으로 약 1년 6개월간 대표직이 공석이었고, 홈앤쇼핑 역시 전임 대표 사임 이후 직무대행 체제가 이어지며 주요 의사결정이 지연돼 왔다.

◇중소상공인 92% "전용 채널 생기면 이용 의향"

T커머스는 생방송 중심의 TV홈쇼핑과 달리 녹화 기반으로 운영돼 제작비와 운영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다. 소비자가 방송 중인 상품뿐 아니라 화면에 제시된 다른 상품도 선택할 수 있어 중소상공인의 추가 판로 확보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업계에서는 향후 인공지능(AI) 기반 영상 제작 기술이 확산될 경우 T커머스 콘텐츠 제작 비용은 더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TV홈쇼핑 및 T커머스와 거래하는 중소상공인 856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전용 T커머스 채널이 신설될 경우 '이용 의사가 있다'는 응답은 46.0%, '추후 검토하겠다'는 응답은 46.0%로 전체의 92%가 잠재적 이용 의향을 보였다. '이용 의사가 없다'는 응답은 7.8%에 그쳤다.

신규 채널 도입 시 기대 효과로는 '기존 T커머스 대비 판매 수수료 등 비용 절감'이 46.8%로 가장 높았고 '진입 장벽 완화에 따른 판로 확대', '방송 편성 기회 확대' 등이 뒤를 이었다.

제조업(49.8%)과 매출 100억원 이상 기업(53.3%)에서 이용 의향이 상대적으로 높았으며 품목별로는 의류·잡화(65.5%), 스포츠·레저(66.7%) 분야 수요가 두드러졌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17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부·지식재산처·중소벤처기업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대통령실

◇국정과제 포함된 T커머스 신설…사업자 공모 2028년 전후 전망

공영홈쇼핑과 홈앤쇼핑은 지난해부터 전담 조직을 통해 사업 제안서를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정부가 중소상공인 전용 T커머스 채널 신설을 국정 과제로 제시하면서다.

지난해 말 업무보고 당시 김영주 공영홈쇼핑 대표 직무대행은 이 대통령에게 "꼭 되게 해달라"며 직접 사업권 승인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경쟁 중인 사안이라 오해를 살 수 있다"면서도 "그 절박함은 전달될 것"이라고 답했다.

업계에서는 방미통위가 연내 신규 채널 신설 방향을 제시하더라도 공청회와 관계 부처 협의 등을 거치면 2028년 전후에야 사업자 공모가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 사이 사업권 확보를 둘러싼 양사의 물밑 경쟁은 치열해질 전망이다. 공영홈쇼핑은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공공기관이라는 점을 앞세워 공공성을 강조하고 있다. 홈앤쇼핑은 중소기업중앙회가 최대주주인 구조를 기반으로 '중소기업 전문 채널'이라는 정체성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책적 필요성에 따라 복수 사업자가 동시에 승인을 받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신규 채널을 한 곳만 허용하지 않고 두 곳 모두에 길을 열어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