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브랜드 '송지오(Songzio)'가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 컴백 의상을 제작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달 21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공연에서 공개된 BTS 의상은 한국적 정서와 미래적 감각을 결합한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번 의상을 제작한 인물은 송재우(32) 송지오 대표이사 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 송지오 회장의 아들로, 2세 경영인이자 디자이너로서 브랜드를 이끄는 그의 이름이 글로벌 무대에서 본격적으로 부각된 순간이었다.

송재우 '송지오' 대표이사 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 그는 서양과 동양, 과거와 미래를 결합한 '독창적이면서도 한국적 아방가르드' 디자인 철학을 바탕으로 브랜드를 이끌고 있다. 송지오는 지난해 매출 1250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송지오 제공

송재우 대표를 지난달 30일 만났다. '송지오'는 1세대 디자이너 송지오 회장이 1993년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설립한 디자이너 브랜드 기업이다. 송지오는 여성복 등 계열사를 포함해 지난해 매출 1000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현재 국내를 비롯해 미국, 유럽, 아시아 등 35개국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송 대표는 2017년부터 CEO를 맡고 있다. 현재 디자인과 경영을 동시에 총괄한다. 단순한 '2세 경영인'을 넘어 브랜드의 미학과 방향성을 직접 설계하는 디자이너다. 그는 "콘셉트와 스토리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이야기로 컬렉션을 완성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송지오의 모든 제품은 그의 손을 거친다.

이번 BTS 의상 디자인 역시 이러한 철학이 집약된 결과물이다. 약 두 달간 진행된 작업에서 송 대표는 BTS 멤버 7명의 의상뿐 아니라 공연에 참여한 명창, 악사, 댄서까지 포함해 총 70여 벌의 의상을 제작했다. 단순한 무대 의상이 아니라 하나의 서사를 구현하는 작업이었다.

BTS가 지난달 21일 서울 광화문에서 '송지오'가 제작한 의상을 입고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 공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송 대표는 "한국적인 요소를 바탕으로 영웅적인 이미지를 그리고자 했다"며 "서양과 동양, 과거와 미래를 결합해 다시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힘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이어 "전사적인 갑옷의 이미지와 소리꾼의 감성을 결합한 '리리컬 아머(Lyrical Armor)' 콘셉트"라고 설명했다.

송 대표는 BTS 측과 긴밀히 소통해 각 인물의 캐릭터를 세밀하게 설정했다. BTS의 리더 RM은 영웅, 진은 예술가, 슈가는 설계자, 제이홉은 소리꾼, 지민은 시인, 뷔는 도령, 정국은 개척가의 이미지로 풀어냈다. 이는 단순한 스타일링을 넘어 '스토리텔링 패션'을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 이번 BTS 컴백 공연은 송지오 브랜드를 해외 시장에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송 대표는 이를 발판으로 해외 사업을 더욱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송지오는 글로벌 패션쇼 참가를 기반으로, 해외 각국의 편집숍과 멀티숍에 제품을 공급하는 홀세일 방식으로 시장을 공략해 왔다. 브랜드가 직접 매장을 운영하기보다 유통 파트너를 통해 상품을 판매하는 구조로, 초기 시장 진입에는 효율적이지만 브랜드 통제력과 수익성 측면에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송 대표 역시 이를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그는 "홀세일만으로는 브랜드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며 "직접 진출은 비용과 리스크가 크지만, 지금이야말로 해외 사업을 본격화할 적기"라고 강조했다. 이어 "브랜드 인지도가 쌓였고 K콘텐츠가 전 세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만큼, 브랜드를 확장할 타이밍"이라고 했다.

송지오는 지난 1월 프랑스 파리 패션위크에서 2026년 가을·겨울 컬렉션을 선보였다. /송지오 제공

송지오는 2024년 프랑스 파리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고, 지난해에는 여성 라인을 중심으로 한 파리 플래그십 스토어를 추가로 오픈했다. 오는 10월에는 뉴욕 매장 오픈을 앞두고 있다. 송 대표는 현재 회사 전체 매출에서 10% 이내인 해외 비중을 2028년까지 15~20%로 확대할 계획이다. 매출 목표도 공격적이다. 2027년 1600억~1700억원, 2028년 2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뉴욕 매장은 단순한 판매 공간을 넘어 '문화 플랫폼'으로 구축한다. 이는 국내에서 이미 실험된 모델이다. 송지오는 2024년 서울 신사동에 '갤러리 느와(Galerie Noir)'를 열었다.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는 동시에 현대미술, 회화, 공예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전시하는 복합 문화 공간이다.

송 대표는 "뉴욕 매장도 복합 문화 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라며 "공간을 통해 한국 문화를 입체적으로 알릴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설치미술, 회화, 공예 등 다양한 분야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할 계획"이라고 했다.

브랜드 확장 역시 속도를 내고 있다. 송지오는 현재 주얼리와 가방 등 액세서리 라인을 강화하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향수와 향초 등 라이프스타일 제품으로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송 대표는 "의류를 넘어 브랜드가 지향하는 미학과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제안하는 것이 목표"라며 "글로벌 종합 패션 브랜드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