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드론이 전장의 핵심 무기로 부상하면서 한국이 자국 기술과 산업 기반을 갖춘 '소버린 방산 드론'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방 영역에서 기술 주권을 확보하려는 '소버린 AI'와 같은 접근이 드론 산업에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값싼 드론이 수백억원의 전통 무기 체계를 위협하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드론 경쟁력이 국가 안보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윤용진 카이스트(KAIST) 기계공학과 교수는 지난 17일 조선비즈와 서면 인터뷰에서 "최근 드론은 전장의 '가치 교환 구조'를 바꾸고 있다"며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제작된 드론이 수백억원 규모의 전통 무기 체계를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라고 말했다.
윤 교수는 이어 "국방 드론 기술을 자주적으로 개발하고 생산·운용까지 연결할 수 있는 국가 전략 차원에서 관련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현재 카이스트 방산 드론 특화 개발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전쟁의 핵심 전력은 시대에 따라 변화해 왔다. 과거에는 탱크 중심의 기갑 전력이 전장을 주도했고 이후에는 전투기를 중심으로 한 공군력이 우위를 점했다.
최근 수십 년 동안은 장거리 미사일과 방공망이 군사 전략의 중심이 됐다. 그러나 드론의 등장으로 이러한 전통적 전력 구조가 흔들리고 있다.
윤 교수는 "드론은 단순한 공격 수단을 넘어 정찰, 교란, 타격을 동시에 수행하는 다목적 플랫폼"이라며 "기존 전력을 더 효율적으로 운용하게 만드는 '전장의 조커' 같은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실제 전장에서 드론의 영향력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다. 이 전쟁에서는 FPV(1인칭 시점) 자폭 드론이 대량으로 투입되며 전차와 장갑차 등 고가 장비를 공격하는 전술이 일반화됐다.
최근 중동 지역에서도 유사한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란은 미국·이스라엘과의 군사적 긴장 속에서 자폭 드론을 활용해 주요 시설을 타격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특히 대당 약 3만달러(약 4400만원) 수준의 저가 드론을 요격하기 위해 1기당 약 400만달러(약 59억원)에 달하는 패트리엇 미사일이 사용되면서, 비용 대비 효과 측면에서 '비대칭 전력'의 대표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드론의 전략적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한국의 국방 드론 산업 기반은 충분히 성숙하지 못했다. 특히 상용 드론 시장에서 DJI 등 중국 기업이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어 국내 제조 생태계가 취약한 상황이다.
윤 교수는 "한국이 방산 드론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국가 전략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현재 추진 중인 '소버린 AI'와 유사한 방식으로 국방 드론 기술을 바라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소버린 AI는 AI 기술과 데이터, 인프라, 운영 체계를 외부 의존 없이 자국 중심으로 통제·운용하는 개념이다. AI 시대에 필요한 핵심 기술 주권을 확보하는 전략이다.
윤 교수는 "국방은 국가 주권과 직결된 영역이기 때문에 핵심 기술과 공급망을 외국에 의존하기보다는 우리 환경에 맞는 기술을 자주적으로 개발하고 생산·운용까지 연결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AI 자율비행 기술은 물론 기체 생산 능력, 부품 공급망, 전장 데이터 분석 시스템이 결합한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기업 규모와 관계없는 개방형 생태계 구축도 필요하다. 윤 교수는 "대기업과 스타트업 등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관련 기술을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는 기업이 참여하는 구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 방산 산업의 강점인 제조 역량을 적극 활용할 경우 방산 드론 경쟁력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고 윤 교수는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대량 생산과 빠른 공급에서 강점을 가진 나라"라며 "값싸고 신속하게 생산할 수 있는 드론 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실제 전장에서 효과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능력까지 함께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궁극적으로 드론 경쟁력은 단순한 산업 정책이 아니라 안보 전략의 문제라는 것도 그의 판단이다. 윤 교수는 "드론이 전쟁의 양상을 바꾸고 있는 상황에서 핵심 기술과 생산 체계를 외국에 의존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위험할 수 있다"며 "국방 드론 기술을 자국에서 확보하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인 전략 과제"라고 했다.
앞으로 전장의 모습도 점차 무인 시스템 중심으로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전쟁에서 가장 큰 피해는 결국 사람의 생명"이라며 "각국이 병력을 직접 투입하기보다 무인 시스템을 활용해 전투를 수행하려는 방향으로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