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광고 계열사 제일기획(030000)이 일부 해외 종속기업을 정리하며 글로벌 사업 효율화에 나섰다. 그동안 인수합병(M&A)으로 확대해 온 해외 광고 네트워크를 재정비하는 단계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16일 광고업계에 따르면 제일기획은 지난해 해외 자회사 '아이리스' 산하의 런던 B2B 마케팅 법인 '아이리스 파트너스 LLP'와 미국 손자회사 '페퍼 NA', '파운디드' 등 3개 법인을 청산했다.
아이리스는 제일기획이 2016년 인수한 광고 회사다. 영국을 거점으로 유럽 지역에서 마케팅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제일기획의 이번 조치를 글로벌 사업 효율화 작업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제일기획은 그동안 북미와 유럽, 아시아 등에서 광고·마케팅 회사를 인수하며 글로벌 사업을 확대해 왔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005930) 등 삼성그룹 계열사 중심이었던 광고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글로벌 광고주를 확보하는 전략을 추진했다.
제일기획은 2009년 미국 '바바리안'과 중국 '펑타이'를 인수했고, 2012년에는 미국 광고 회사 '맥키니'를 인수했다. 이어 2014년 영국 '아이리스'를 사들였고, 2018년에는 루마니아 '센트레이드'와 인도 '익스피리언스커머스'를 인수했다. 2020년에는 중국 '컬러데이터', 2024년에는 인도 '소셜비트'를 편입하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대했다.
현재 제일기획은 서울 본사를 중심으로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전 세계 46개국 55개 거점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4조5469억원 가운데 68.9%인 3조1313억원이 해외에서 발생했다.
특히 북미 사업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제일기획의 핵심 북미 자회사인 맥키니와 바바리안은 지난해 각각 29.2%, 33.4%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다.
글로벌 광고주 구성에서도 북미 비중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제일기획의 삼성 계열사를 제외한 해외 주요 광고주 상위 5곳 가운데 4곳이 북미 기업이었다. 신용카드사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외식 프랜차이즈 '파파이스', 제약사 '바이오젠', 의류 할인점 '로스 스토어' 등이 포함됐다.
최근 제일기획은 글로벌 네트워크 규모가 커지면서 운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구조 조정을 병행하고 있다. 회사는 2023년부터 해외 사업 재편 작업을 진행했고, 같은 해 아이리스 산하 영국 마케팅 기업 '아톰42'와 싱가포르 법인 '페퍼테크놀로지'를 정리했다.
이번에 청산된 페퍼 NA와 파운디드는 미국 기반 광고·마케팅 법인이다. 두 회사는 각각 북미 지역에서 B2B 마케팅과 크리에이티브 광고 사업을 수행해 왔다.
제일기획은 북미 자회사 간 협업을 강화하기 위해 조직 기능을 통합해 왔다. 제일기획은 B2B 마케팅 전략 수립과 대행 기능을 재편하고, 페퍼 NA와 파운디드의 일부 업무를 맥키니 등 기존 북미 자회사로 이관했다. 런던의 아이리스 파트너스 LLP는 실질적인 영업 활동이 제한적인 거점으로 판단돼 정리했다.
광고업계 한 관계자는 "데이터와 디지털 기반 마케팅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광고 회사들도 조직을 효율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조정하고 있다"며 "과거에는 M&A를 통해 네트워크를 확대하는 것이 핵심 전략이었다면 최근에는 중복 기능을 통합하고 조직을 슬림화하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